사회토론부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동욱)는 이모(당시 39세·여)씨를 촉탁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38)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촉탁이 있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가 있고, 피고인이 자신을 죽여달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없는 점, 남겨진 피해자 두 자녀의 상실감과 고통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아울러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자발적으로 신고한 후 일관되게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이 오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 5명이 징역 5년, 2명이 징역 6년의 의견을 냈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자살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촉탁살인은 귀중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중범죄이며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며 오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촉탁살인 피해자는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최후를 부탁한다. 신뢰를 받는 사람, 믿음을 받는 사람은 자살을 막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오씨는 이씨가 세상을 떠날 경우 이씨의 10세 되는 아들과 8세 되는 딸이 엄마 없이 살아야하며 60대인 노모가 대신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씨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의 슬픔, 고통이라는 결과를 직접적으로 초래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도 오씨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배심원을 향해 "이 사건을 접할 때 오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삶을 살아온 이씨에 대한 동정심을 오씨에게 대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씨의 변호인은 "촉탁살인에서 형의 정도를 정할 때 피해자가 진지하게 요구한 것이 틀림없으면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두 아이에 대해 생각해봤냐고 하지만 이것에 대해 오씨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며 "이씨는 자필 유서를 통해 '아이들은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전 남편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오씨는 외아들이고 병든 노부모가 있다. 노부모를 보살필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오씨의 변호인은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전과가 없는 점, 사건 직후 자발적으로 신고한 점, 이씨의 자녀를 보살피고 싶어하는 점, 범행 수단이 잔인하지 않은 점 등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또 오씨 아버지의 진단서와 어머니의 병원 소견서를 제시하는 등 오씨의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눈물을 쏟으면서 최후 변론에 나선 오씨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은 잘 알고 있다. 반성문이 제 죗값을 가볍게 만드는 수단으로 보일까봐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반성문을 써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백, 수천장의 반성문을 썼을 것이다"고 후회했다.

오씨는 "그간 당시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 부탁을 들어줬는지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왜 지금 보이는 것들이 그 순간에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괴롭다'며 "이씨의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성숙했다면 생을 같이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삶을 생각해야했다"며 "이제 그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남겨진 두 아이를 몰래 도울 수 있는데까지 돕겠다. 병들고 나이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남은 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면 안된다"고 전했다.

이어 "제 시간은 이씨가 나에게 남겨준 소중한 선물이다. 1분, 1초라도 낭비할 수 없다. 반성없고 계획없이 무가치하게 보낸다면 숨쉬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반성했다.

오씨는 지난해 12월16일 오후 8~9시께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고시원에서 함께 살던 이씨의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2011년 11월초 이혼한 이씨와 2013년 4월초 만나 교제해왔으며 과다한 채무와 생활고로 신병을 비관한 이씨의 죽여달라는 부탁에 살해를 저질렀다.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이들이 지내던 방에서는 이씨의 자필로 적힌 유서와 "이씨가 너무 괴로워해 제 손으로 보내고 저도 따라간다"는 내용이 담긴 오씨의 자필 쪽지, 이씨가 아들과 딸에게 주려고 사놓은 선물 꾸러미 등이 발견됐다.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17일 오전 2시께 고시원을 빠져나간 오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내가 연인을 죽였다"고 신고한 뒤 또 다른 오피스텔 건물에서 투신을 하려다 두려움에 실패하고 같은 날 오후 3시2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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