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민중총궐기 대회를 하려던 시민들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위 6시간 내내 ‘물대포 진압’
최루액·색소 등 위해물질 섞어
10m 안되는 거리서 조준 사격
피 흘리는 30대 남성에도 발사
‘살수차 운용지침’ 깡그리 무시
분사→곡사→직사단계 안거치고
‘가슴 아래’ 무시하고 머리 겨냥
민변 “미필적 고의, 살인죄 해당”
최루액·색소 등 위해물질 섞어
10m 안되는 거리서 조준 사격
피 흘리는 30대 남성에도 발사
‘살수차 운용지침’ 깡그리 무시
분사→곡사→직사단계 안거치고
‘가슴 아래’ 무시하고 머리 겨냥
민변 “미필적 고의, 살인죄 해당”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부터 노동개혁, 청년실업, 쌀값 폭락 등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불만이 총집결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강도 높은 진압작전을 펼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를 막겠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물대포를 발사했다.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는 처음부터 시위대를 ‘조준사격’하듯 직사 살수됐고, 최루액·색소 등을 섞은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이 도로에 쓰러지거나 기침·재채기를 하며 도로 구석으로 흩어졌다.■ 10m 앞인데도, 쓰러져도 직사 충돌은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본 대회(①)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길(②)과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서 차벽으로 막아선 경찰과 대치했다. 5시께부터 강제해산을 시도한 경찰은 초반부터 시위대를 조준하듯 물대포를 직사 살수했다.경찰이 쓰러진 시민에게도 물대포를 쏘는 모습은 여러 차례 목격됐다. 경찰이 저녁 7시께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서 약 10m 거리를 두고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68)씨를 향해 15초 동안 물대포를 쏜 것뿐 아니라, 오후 5시35분께 광화문 디(D)타워 앞에 넘어진 30대 남성을 향해 30초 이상 물대포를 쐈다.(③) 카메라를 든 이 남성은 물대포를 피해 달아나다 시위대가 차벽을 잡아당기기 위해 설치해놓은 밧줄에 걸려 넘어진 상태였다. 당시 이 남성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으나 물대포 탓에 일어나지 못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이수정 언론국장은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내내 물대포를 직사 살수했다. 2008년 광우병 집회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15일 긴급 논평을 내고 “경찰이 시위대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무력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 참담함을 느낀다”며 “백씨의 부상에 대해 즉각 독립적인 조사에 나서야 하며 책임자를 반드시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격한 물대포는 살인”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을 보면, 경찰은 살수차를 분사·곡사·직사 세 단계로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분사 살수와 곡사 살수의 단계를 거치지 않거나, 거쳐도 형식적으로만 거치고 초반부터 직사 살수를 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지침을 보면 “직사 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당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은 백씨의 머리 쪽을 겨냥해 물대포를 쐈고, 쓰러진 뒤에도 상반신에 물대포를 쐈다. 또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오히려 쓰러진 사람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물대포를 쏴 결과적으로 구호조치를 방해하기도 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영선 변호사는 “최초 발사는 업무상 과실, 상해로 볼 수도 있지만 쓰러진 사람에게 15초가량 물대포를 쏜 것은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최 쪽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나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5일 “살수를 사용한 데 대해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며 “과잉진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루액, 세월호 집회 15배 경찰이 이날 사용한 살수 장비 가운데 백씨를 쓰러뜨린 ‘굴절형 살수’의 경우 현장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은 채 가로 15㎝, 세로 11㎝의 손바닥만한 모니터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시야 확보조차 어려워 애초에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또 이런 위험한 장비를 사용할 때 현장 지휘관이 아닌 살수차 운용 담당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살수 방식과 세기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거리마다 살수의 세기가 정해져 있지만, 이날 지침을 지켰는지 확인할 기록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물 18만2100리터와 물에 타는 최루액인 파바 441리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물 3만3200리터, 파바 30리터가 사용된 지난 4월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때보다 살수량은 5.5배, 최루액은 14.7배 많이 사용됐다. 이날 경찰이 얼마나 많은 최루액 물대포를 뿌렸는지 알 수 있다.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한 농민이 차벽에 밧줄을 걸고 당기던 중 경찰의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쓰러져 있다.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는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아스팔트에 누워있다가 구급차로 호송됐지만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를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막고 물대포를 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물대포 외에도 이날 경찰은 시위대에 경쟁하듯 각종 ‘최신’ 진압장비를 들고나왔다. 경찰버스를 끌어내지 못하도록 실리콘을 바퀴 휠의 틈 사이에 발랐으며, 시위대가 차벽 위로 오르지 못하도록 콩기름을 버스에 바르기도 했다. 경찰은 또 잡아당기는 밧줄을 끊기 위해 톱이 달린 장대를 이용하기도 했다.허승 최우리 박수지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