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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공화국 국정교과서도 '대한민국' 아닌 '정부' 수립

이름 신유정 등록일 15.11.07 조회수 819
70년대까지만 '1948년 8월15일=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
'우편향' 교학사도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확정 발표하면서 지적한 현행 검정교과서의 편향 사례들이 상당수 부풀려졌거나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총리가 이날 파워포인트(PPT)까지 띄워가며 지적한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은 Δ6.25전쟁 남북 공동책임론 Δ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 수립 Δ천안함 등 북한의 반인륜적 군사도발 외면 Δ김일성 주체사상 선전 등이다.

황 총리가 지적한 내용들은 국정으로 발행하는 역사교과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4일 역사교과서 발행 일정 등을 밝히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언급한 모든 것이 편찬 기준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집필진 구성 못지않게 국사편찬위가 이달 말 발표할 집필기준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주장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과 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 수립'도 아닌 '국가 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는 황 총리의 주장이야말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서를 집필할 때 기준이 되는 '편수용어'를 보자. 편수용어에서 북한을 부르는 공식 명칭은 바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역시 정부가 정한 집필기준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마련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보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질서가 형성되는 가운데,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 돼 있다.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정부 수립'이다.

북한을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 표현하고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정부 수립이라 서술하는 것은 우편향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학사 교과서도 정부에서 정한 편수용어와 집필기준을 따라야 검정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학사에서 발행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307쪽을 보면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은 정부를 구성하여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였다"라고 나와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은 1948년 9월9일에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수립하여 김일성을 수상으로 선출하였다"라고 서술했다. 황 총리의 지적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공화국 수립'이라고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 역시 좌편향되어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정부 수립'이라고 기술한 것은 1980~90년대에 발행한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국사교과서는 1982년 개정된 제4차 교육과정부터 1998년 제7차 교육과정 때까지 모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했다.

4차 교육과정 개정은 5공화국 출범 이후 이뤄졌다. 당시 중학교에서 사용한 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내외에 선포하였다"라고 기술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5~7차 교육과정 때까지 변화가 없다.

같은 국정교과서이지만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섞여 있다. '대한민국 수립'이 아나리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한다고 해서 좌편향이라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1982년 4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사용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는 "행정부가 구성되어 8월15일 대한민국의 성립을 내외에 선포하였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를 기술한 단락의 소제목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다.

소제목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하고 본문은 '대한민국의 수립'으로 하는 서술방향은 문민정부 시절인 6차 교육과정(1992~1997년)까지 이어진다.

1998년 시작된 7차 교육과정 때는 고교 국사교과서에도 본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하였다(1948.8.15)"라고 서술했다. 이전 교과서와는 다르게 이 단락의 소제목은 '대한민국의 수립'으로 바꿨다.

단원 이름과 본문에서 모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한 국정교과서도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고교에서 사용했던 국정 국사교과서이다. 이 시기 국사교과서는 단원 이름과 소제목, 본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954년 1차 교육과정 때부터 1981년 3차 교육과정 개정 때까지 사용했던 중학교 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수립'이라는 소제목 아래 "대한민국의 수립을 내외에 선포하였다"라고 기술했다. 고교 국사교과서도 소제목과 본문 모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서술했다.

한 역사 교사는 "지난 5월 2015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때는 물론 8월 2차 공청회 때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정부'를 빼자는 의견은 없었다"라며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1948년 8월15일 건국절'로 바로 가기에는 반발이 많으니까 중간단계로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총리가 또 다른 편향 사례로 거론한 6·25전쟁 남북 공동 책임론은 교과서의 한 부분만 발췌해 전체 맥락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시 PPT 자료는 두산동아에서 발행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278쪽 "6·25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 남북한 간에 많은 충돌이 있었다"라는 부분을 보여주며 "6·25전쟁의 책임마저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단락인 279쪽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군은 38도선 전역에서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하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남침'이라 표현하지 않고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한 점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같은 단락에서 이어지는 문장은 이렇다. "국제연합은 북한의 불법적인 남침을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한국에 군사 지원을 결의하였다."

좌편향 사례로 언급한 두산동아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그냥 '남침'이 아니라 '불법 남침'이라는 표현이 분명하게 나온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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