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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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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배길자 | 등록일 | 11.06.14 | 조회수 | 977 |
"뚝뚝뜯어 꽃다지, 쏙쏙뽑아 나생이/질로가면 질갱이, 대로가면 대사리/골로가면 고사리, 오용조용 물래쟁이." 우리 선조는 '나물 캐는 노래'를 부르며 춘궁기를 이겨냈습니다. 봄나물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입니다. 입맛을 잃거나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권장되는 귀여운 채소예요. 봄나물은 저마다 개성이 출중합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tkparkjoongang.co.kr >
달래 독특한 향미로 봄철에 입맛을 살려준다. 톡 쏘는 매콤한 맛이 입맛 없을 때 식욕증강제로 손색이 없다. 파와 비슷한 향이 나는데 오래 두면 향이 약해지고 질겨진다. 마늘과 가깝다. 한방에선 '들마늘'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도 와일드 갈릭(wild garlic, 야생 마늘)이다. 마늘의 매운 맛 성분인 알리신도 들어 있다. 마늘처럼 항암 채소로 주목 받고 있다.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C도 풍부하다. 뼈와 치아 건강을 좌우하는 영양소인 칼슘이 봄나물 중 가장 많다. 칼슘 함량이 100g당 169㎎으로 시금치(41㎎)의 4배(냉이 116㎎, 쑥 93㎎). 신경을 안정시키고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약성도 지녔다. 정력에도 이롭다. 선조들은 달래를 잘 씻은 뒤 줄기와 뿌리를 소주에 보름가량 담가 만든 달래 술을 마셨다. 달래는 마늘·파·부추 등과 함께 수도정진 중인 스님은 절대 먹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채소인 오신채 중 하나다. 역발상을 하면 세속인에겐 검증된 스태미나 식품이다. 냉이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이른 봄에 나온 잎은 겉절이·국·전을 해서 먹는다. 4~5월이 돼 흰 꽃이 피면 꽃잎을 따서 화전에 장식으로 이용하다. 다 자란 줄기는 말려서 가루를 내 두었다가 국수 반죽·양념 즙을 만들 때 넣는다. 약재로도 쓰인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 한의서에 기술된 약효는 눈을 맑게 해주고 간 건강과 소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타민B1(피로 해소, 부족하면 안절부절못하거나 걸핏하면 화를 낸다)과 C(노화 방지·피로 해소·감기 예방)가 풍부하다는 것도 영양상 장점이다.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비타민 A도 많이 들어 있다. 냉잇국이나 냉이 나물 한 접시를 먹으면 성인에게 하루 필요한 비타민 A의 3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다. 된장국·된장찌개와 잘 어울린다. 시금치 된장국엔 조갯살, 아욱 된장국엔 마른 새우가 어울리듯이 냉이 된장국을 끓일 땐 쇠고기를 넣어야 제 맛이다. 씀바귀 농가월령가 2월령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맛이 쓴 씀바귀는 어린잎이나 뿌리를 먹는다. 과거엔 '외갓집 문지방이 높아야 잘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귀한 나물이었다. 언뜻 보기엔 고들빼기나 냉이와 닮았다. 뿌리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직장인·수험생에게 권장된다. 잠을 쫓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쓴맛은 미각을 자극하고 입 안에 침이 돌게 한다. "씀바귀를 잘 먹는 어린이에겐 식욕 부진이 없다"는 말도 있다. 중국에선 소만(5월21일)부터 망종(6월6일)까지를 삼후(三候)로 나눠 초후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은 망종까진 보리 농사를 마쳐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인만 먹는 나물이다. 외관은 도라지를 닮았지만 도라지보다 연하고 향기로워 훨씬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뿌리 모양에 따라 암컷(미끈하게 잘 빠진 것), 수컷(수염이 많이 달리고 통통한 것)으로 나뉘는데 요리 재료로는 수컷이 낫다. 어린잎과 뿌리를 주로 먹는다. 새순을 살짝 데치거나 생채를 길게 썰어 비빔밥·볶음밥·채소 무침 등에 넣으면 잘 어울린다. 잎이 큰 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지만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어도 맛있다. 껍질을 벗겼을 때 보풀보풀한 섬유 결이 보이는 것이 상품이다. 뿌리엔 인삼의 약효 성분인 사포닌과 변비 예방·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이로운 식이섬유가 많다. 두릅 '봄 두릅은 금, 가을 두릅은 은'이란 말이 있다. 4, 5월에 채취한 것이 맛도 좋고 약성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성은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것이다. 삶의 활력이 떨어졌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무직 종사자·학생에게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또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 만성 신장병 환자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두릅엔 인삼의 웰빙 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이 들어 있다. 혈당 조절에도 유익해 당뇨병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한방에서도 두릅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총목피를 당뇨병·신장 질환 등의 약재로 쓴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의 예방·치료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양적으론 고단백질 식품이다. 대개 잎(새순)을 먹는다.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손가락만 할 때는 연해서 먹기 좋지만 이보다 더 커지면 질겨진다. 보통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튀김으로 먹거나 물김치를 담가 도 별미다. 줄기나 뿌리의 생즙을 먹거나 껍질을 우려내 차를 만들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쑥 음력 5월 5일, 즉 단오와 인연이 깊다. 우리 선조는 단옷날 쑥·익모초·인동초를 뜯어 말려 두었다가 약재로 썼다. 연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여겨서다. 특히 양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시(午時)에 뜯거나 아침 해 뜨기 전에 이슬 맞은 쑥이 약이 된다고 믿었다. 요즘도 단옷날 쑥과 익모초를 채취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쑥으로 떡도 만들었다. 쑥떡과 수리취떡은 단오의 절식이다. 그 모양이 달구지처럼 생겨서 수리(술의)떡이라고 하고 떡에 넣는 취나물을 수리취라 했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쑥은 약성이 강하다. 성질이 따뜻한 쑥을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 영양적으론 고칼슘·고식이섬유 식품이다. 향이 너무 강해서인지 쑥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은 쑥 튀김 정도다. 대개는 국이나 떡에 넣어 먹는다. 돌나물 봄에 들판·산기슭·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활력 채소다. 번식력이 좋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놓으면 봄부터 가을까지 맛볼 수 있다. 석상채라고도 불린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A·C·칼슘이 풍부하다. 맛이 쓴 새순을 먹는 것이 좋다. 비빔밥·떡·죽에 넣어도 별미다. 생채나 겉절이로 먹거나 데쳐서 숙채로 이용해도 좋다. 봄에 돌나물을 초무침이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난다. 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선 말린 돌나물을 "해열·해독·간 질환에 좋은 채소"로 분류했다. 생즙은 피로를 풀어준다. 손을 베었을 때 생즙을 환부에 바르면 부기가 가라앉는다. 취나물 산나물의 왕으로 통한다. 곰취·참취·미역취·수리취·개미취 등 '취'가 붙는 산나물의 총칭이다. 이 중 잎이 가장 큰 것이 곰취(곤달비)다. 쌈을 싸먹기에 좋다. 정월 대보름 절식인 복쌈은 곰취에 오곡밥을 싼 음식이다. 참취도 대개 어린잎을 나물이나 쌈으로 즐긴다. 살짝 볶아도 맛있다. 취나물은 한방에서 성질이 따뜻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약재로 친다. 특히 폐와 기관지에 유익, 감기에 잘 걸리거나 가래가 많거나 마른기침·천식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봄철에 날씨가 건조해 마른기침을 하거나 황사 등이 기관지·폐 등을 자극할 때 먹으면 이롭다. 미나리 봄에 어린잎을 데치거나 생으로 무쳐 먹는 미나리는 풍미가 그만이다. 해물탕에 넣어 먹으면 비린 맛을 없애준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미나리를 가장 즐겨 먹는 국민이다. 강회·잎쌈·생채·김치·볶음 등 미나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수두룩하다. 전골·매운탕 같은 요리에도 미나리가 빠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예부터 미나리는 3덕(三德)이 있는 채소로 예찬됐다. 때 묻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 미나리의 3덕이다. "나무의 1품이 소나무라면 식채(食菜)의 일품은 미나리"라는 말도 있다. 영양적으론 고(高)비타민 C·고칼슘·고식이섬유 식품이다.『동의보감』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술 마신 뒤의 주독을 풀어준다"고 기술돼 있다. 죽순 봄에 나는 대나무의 어린순이다. 대개 흙에서 30㎝가량 돋아난 싹을 채취해 껍질을 벗긴 뒤 하얀 알맹이만 먹는다. 독특한 식감의 정체는 식이섬유다. 변비 예방에 유익한 식품으로 보는 이유다. 놀랄 만큼 잘 자란다는 의미인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있듯이 기(氣)가 왕성한 채소다. 한방에선 화와 열을 내려주며 갈증을 없애주고 가래를 삭이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약재로 평가한다. 조선시대 왕족들은 두뇌 발달을 위한 보양식으로 죽순 죽을 즐겼다. '죽순쟁이 한세월'이란 속담, 한 달을 열흘씩 묶어 초순(初旬)·중순·하순으로 나누는 것은 죽순(竹筍)은 10일이면 대나무로 자라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봄엔 모든 산야가 푸르지만 유독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로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죽추(竹秋)라 한다. 원추리 망우초(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 또는 넘나물이라고 불리며 봄나물 중 유일하게 단맛이 나는 채소다. 맛과 성질은 파와 비슷한데 일반적으로 산나물 가운데 가장 맛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큰원추리·애기원추리·각시원추리·노랑원추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봄엔 어린싹을, 여름엔 꽃을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다. 어린싹에 된장·들깨를 넣고 끓인 토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이 나물은 단백질·미네랄·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아 준다. 선조들은 싹을 지푸라기에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뒀다가 정월 대보름에 국을 끓여서 먹기도 했다. 망우초인 원추리를 먹고 걱정을 잊고 가정의 우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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