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할머니와 말하는 알
: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스텔톤 그림에 예쁘게 담겨 있어요.
벚나무 꽃그늘에서 꾸는 달콤한 낮잠 같은 그림책 산벚나무가 꽃비를 뿌리는 봄날, 산속 작은 가게에서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할머니와 가게 지키는 검둥개, 놀러 나온 아기 여우가 오리알 바구니를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흔히 ‘동화’라고 하면 떠올리는 요소들―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런 캐릭터, 옛이야기풍의 플롯, 낙천적인 세계관, 변신하는 여우와 같은 환상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었다. 고전적인 동화, 쿤스트메르헨을 연상시킨다. 오리알에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도 재미있고, 알로 변신한 여우가 재채기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는 모습도 즐겁다. 벚꽃 만발한 봄 산, 요것조것 볼거리 많은 가겟집, 여우가 아니라도 하나쯤 갖고 싶어지는 예쁜 오리알들, 표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 전체에 흩날리는 꽃잎이 봄날의 풍정을 만끽하게 해준다. 책을 읽고 나면 엄마 아빠 손잡고 꽃구경을 나서거나, 오리알 대신 냉장고 속 달걀이라도 삶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 듯. 이야기 그림책 읽기를 막 시작한 만 3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한다.
줄거리 “산벚나무 언덕 아래 작은 집이 하나 있어.” 산벚나무 언덕과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정겨운 산모퉁이에 작은 가게가 하나 숨어 있다. 등산객들이 드물게 들르고 아랫마을 어르신들이 종종 마실 오는, 아주 한가로운 이 가게에는 할머니 한 분이 검둥개 한 마리, 오리 열두 마리와 같이 산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오리들은 계곡으로 나들이 가고, 검둥개는 가게 앞에서 꼬박꼬박 조는데, 가게 안에서 한참을 부스럭거리던 할머니가 가게 앞 평상에 붓이랑 물감을 꺼내 늘어놓는다. 할머니가 하려는 건 다름 아닌 오리알에 그림을 그리는 일. 할머니는 오리알 하나하나마다 봄날 햇살 같은 노란 병아리를 정성껏 그리고는 흐뭇한 얼굴로 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이렇게 예쁜 알은 처음 봐!” 할머니가 텃밭에 간 사이, 뒷산에서 놀던 아기 여우가 꽃바람에 날려 데굴데굴 가게로 굴러온다. 아기 여우는 병아리가 그려진 예쁜 알들을 보고 넋을 놓는데, 낯선 기척을 느낀 검둥개가 잠에서 깨어 왈왈 짖어댄다. 당황한 여우는 홀딱, 홀딱, 홀딱, 재주를 넘어 하얀 알로 변신, 오리알 바구니에 숨는다. 검둥개는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계속 짖지만, 까닭을 모르는 할머니는 그림 그리다 하나를 빠뜨렸다고 오해를 한다. 검둥개는 답답해서 낑낑거리고, 할머니는 알에 마저 병아리를 그리겠다고 나서는데, 갑자기 알이 말을 한다.
“아기 여우를 그려주세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지만 그래도 소원대로 병아리 대신 아기 여우를 그려 준다. 갸름한 얼굴, 통통한 꼬리, 여우콩 같은 눈까지. 알은 들썩들썩 신바람이 나고, 할머니는 그런 알이 신기하고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이 아기 여우, 들키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는 있으려나?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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