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숙제를 내 주셨어요. 아빠 얼굴 그리기. 아빠 얼굴이라면 자신 있지요. 매일 보는 아빠니까, 사랑하는 아빠니까. 파랑이는 저녁상을 물리고 아빠를 그려요. 눈, 코, 입, 귀, 머리카락.... 자세히 관찰하고 열심히 그려요. 드디어 완성!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쩐지 아빠 같지가 않아요. 무얼 빠뜨린 걸까요? ‘아, 그거!’ 파랑이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망설여져요. ‘하지만 그건 좀....’ 왜일까요? 그리고 파랑이가 빠뜨린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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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얼굴을 그리면서 파랑이는 몰랐던 걸 알게 되었어요. 아빠 눈썹이 빽빽하다는 것, 그런데 가지런하지 않다는 것, 아빠도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있다는 것, 콧구멍이 무지 크다는 것, 얼마 전 코를 모기에 물렸다는 것.... 만날 보니까 잘 알고 있는 줄 알았지만, 막상 오래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로웠던 거예요. 뭐든지 그래요.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면 무늬도 보이고 색깔도 보이고 반질반질한지 오톨도톨한지도 보여서, 하나하나가 다 달라 보이고 먼 옛날 바다 속에 있었는지 큰 산의 바위였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벌써 그 돌멩이한테 마음이 간 거예요. 사랑이 뭔가요? 날마다 새로워하는 것, 마음을 주는 것. 사랑한다면 자세히, 오래 보세요. 그러면 또 사랑하게 될 거예요.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보느냐는 것
그런데 파랑이는 아빠의 모습 중에 무얼 빠뜨렸고 왜 그리기를 망설였던 걸까요? 틀림없이 다들 밉다고 여기는 어떤 것이었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요. 하지만 다들 하는 생각은 새롭지 않은 생각이에요. 더구나 그런 거라 해서 외면하는 건 진짜 사랑하는 것도 아니지요. 진짜 사랑하는 건 있는 그대로를 새로워하는 것이고요, 그것이 있어서 진짜 우리 아빠인 거니까요. 파랑이는 결국 빠뜨린 그것을 마저 그려요. 그제야 진짜 우리 아빠 같았지요. 그림을 보고 아빠가 어떻게 했게요? 으하하! 으하하하! 지붕이 떠나갈 듯 한참 웃더니, 파랑이를 꽉 껴안고 뺨을 마구 비볐어요. 무엇을 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대체 무어냐고요? 여러분의 아빠 얼굴에서 찾아 보실래요?
출처: 인터파크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