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
우리는 종종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놀라곤 합니다. 머리가 둘인 사람, 하늘을 나는 물고기, 얼굴이 달린 자동차…… 거칠고 비뚤비뚤한 선이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과 그들만의 감수성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고 칭찬하는 어른들과 그런 그림에 높은 점수를 주는 미술 수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억누르고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차츰 잊게 합니다. 전작[점]에서 점 하나로도 훌륭한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고 머뭇거리는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피터 레이놀즈가 이번에는 ‘느끼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줍니다.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아.”
[점]의 주인공 베티로부터 용기를 얻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된 레이먼은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깨 너머로 레이먼의 그림을 훔쳐보던 형이 “도대체 뭘 그리고 있는 거냐?”며 비웃자 레이먼은 금방 의기소침해지지요. 그러고는 자기도 뭐든 ‘똑같이’ 그려보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고 구겨버린 종이만 자꾸 쌓여갑니다. 레이먼은 마침내 연필을 내던지고 그림 그리기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동생 마리솔이 버려진 그림 하나를 집어들고 도망을 칩니다. 자존심이 상한 레이먼은 동생을 뒤쫓다가 동생 방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여동생 마리솔의 방 벽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동안 레이먼이 구겨버린 그림들이었습니다. 마리솔은 그 그림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레이먼의 눈에는 도무지 꽃병처럼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지요. 하지만 마리솔은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여동생의 말에 레이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으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초록색 동그라미에 선을 몇 개 그으면 ‘나무 느낌’, 따뜻한 빨강색과 나른한 노란색을 흩뿌리면 ‘오후 느낌’, 반짝이는 별에 통통 튀는 곡선을 그리면 ‘신나는 느낌’……. 레이먼은 이렇게 느끼는 대로 즐겁게 그림을 그려갑니다. 여동생 마리솔에 의해 새롭게 눈을 뜬 레이먼은 이제 자기 느낌을 담은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는 대상도 사물에서 감정까지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가면서요. 이제는 느낌을 담은 글도 쓰게 되었지요. 또 그러한 느낌들을 표현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게 되었고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숙제가 아니라 또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신나는 모험입니다. [느끼는 대로]는 어린이들에게 자기가 느끼는 것,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더불어서 어렸을 적 크레파스 하나만으로도 벽과 방바닥에 온통 그림을 그려대며 즐거워했던 추억을 가진 어른들도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엄마 아빠가 저지른 실수를 자신의 아이에게는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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