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강원도 금강산 기슭에 소금장수가 살았습니다. 하루는 산속에서 날이 저물어 어쩌나 걱정이 태산 같은 데 눈앞에서 낯선 동굴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동굴이 움직이더니 소금장수를 꿀꺽 삼키지 뭐예요. “허어! 나라에 산만 한 호랭이가 산다더니 내가 그놈한테 먹혔는가 보네.” 소금장수가 그러고 있는데 “어흥!”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아이고! 여가 어데라 고마?” 마로 태백산 아래께 사는 경상도 숯장수였어요. 그리고 똥 출렁출렁 움직이더니 쿵! “아이고! 여기가 위디래유?” 바로 속리산 아래 사는 충청도 대장장이였어요. 세 사람은 살 궁리를 의논하다가 배가 고파지자 호랑이 뱃속을 도려내 소금을 뿌리고 숯불을 피워 구워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곤히 잠이 들었는데 호랑이가 이리 펄쩍, 저리 펄쩍 펄쩍펄쩍 날뛰는 걸예요. 결국 호랑이는 전라도 김제 만경 넓은 들에서 고꾸라지면 찍! 죽을 똥을 쌌지요. 그 바람에 세 사람도 슝! 밖으로 나왔어요. 들판에 모여든 고을 사람들, “워메! 무신 호랭이가 저라고 클까이~. 누가 잡았당가?” “긍께 말이요. 어쨌든 괴기가 생겼응께 잔치나 해 불세.” 그래서 사람들이랑 세 사람은 맛있는 호랑이 고리로 잔치를 벌였다나요.
허풍 떠는 이야기, 한술 더 뜨는 그림, 그 조화가 빚어낸 익살꾸러기 그림책 커다란 동굴 같은 입, 사람을 통째로 셋이나 삼키고도 별 탈 없는 위장에 몇 걸음만 펄쩍 뛰면 동에서 번쩍 서에 번쩍 강원도로, 경상도로, 충청도로 가는 호랑이-이렇게 큰 호랑이가 있다니! 게다가 잡아먹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갈 궁리를 하고, 먹힌 주제에 먹은 녀석의 뱃속을 도려내어-그것도 소금치고 숯불 피워 맛있게 구워서-먹는다니. 결국에는 속리산에서 전라도 김제 만경 넓은 들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호랑이란 녀석은 콱 고꾸라져 죽고 먹힌 사람들은 똥과 함께 밖으로 나와 고을 사람들과 호랑이 고기로 잔치까지 벌였다니, 참말 거짓말이예요, 이 이이야기는. 해도 너무하는 거짓말입니다. 누구나 거짓말 이야기지 하고 금세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하지만 너무난 재미있는 허풍이라 그래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라고 더 물어보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며 익살맞게 이야기를 글로 들려주는 작가는 그림으로 한술 더 뜹니다. 동굴 입구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보이는 호랑이 이빨, 동굴 벽화라도 그리며 놀아야 할 듯한 호랑이 뱃속-결국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온갖 모양의 동물 모양으로 고기 뜬 자리 그림말입니다. 그리고 아주 무심한 표정으로 고기 먹는 세 사람-이들은 정말 웃깁니다. 간이 보통 사람의 백배는 되는가 봐요. 호랑이에게 먹힌 주제에 오히려 호랑이 뱃속을 도려내 먹어요. 그것도 제대로 양념해서 구워 먹고는 두둥실 부풀어 오른 배를 보이며 잠까지 잡니다.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를 듯한 장면이지요. 그리고 날뛰는 호랑이 배속에서 위로 아래로 흔들흔들 흔들릴 때 그 셋의 동작은 또 어찌나 웃긴지. 또 호랑이가 고꾸라지는 장면은 어떤가요? 김제 만경 틀판에 사는 이들이 저 하던 모양대로 이리저리 공중으로 튀어 오릅니다. 집도, 나무도, 산도, 들도, 요동을 치고요. 그 와중에 세 사람은 불꽃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르지요. 어디에서? 호랑이 똥구멍에서~. 허풍으로 이렇게 웃기기도 힘든 일입니다. 허풍선이 뮌히하우젠 남작 정도는 되어야 이 이야기에 맞설 수 있을 거고요. 하긴, 이 이야기에는 뮌히하우젠 남작에게는 없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시침 뚝 떼고 웃기지 않은 척 이야기하는 작가의 태도입니다. 주인공들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무심하고 심심한 표정이지요? 이야기의 그림 화자인 이들이 이런 태도로 허풍을 떨고 있으니 독자는 더 웃을 수밖에 없답니다. 시원하게 웃고 또 웃고, 책을 덮고 나서 피식 웃고, 문득 떠올라서 또 웃고, 누군가를 웃기고 싶을 때 들려주고, 보여주면 좋은 그림책이 바로 『호랑이 뱃속 잔치』입니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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