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우리들 약속>

나눔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어린이

나와 가족, 친구와 이웃을 사랑하는 어린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

정직하고 예의바른 어린이

꿈을 가꾸는 어린이


멋진 나, 소중한 너, 행복한 우리
  • 선생님 : 곽소라
  • 학생수 : 남 14명 / 여 10명

1204_줄줄이 꿴 호랑이

이름 곽소라 등록일 19.11.29 조회수 12
첨부파일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습니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 뒹굴기만 하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화를 냅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얻어다 준 괭이 한 자루로 구덩이를 깊이 팝니다. 그리고 온 동네 똥이란 똥은 다 주워서 그 구덩이에 넣고 흙을 덮더니 그 위에 참깨 한 섬을 뿌려둡니다. 이윽고 싹이 나자 모두 솎고 딱 하나만 남깁니다. 그 싹이 쑥쑥 자라 정자나무만큼 커지더니 참깨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아이는 참깨를 모두 짜 기름을 만들고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다 그 기름을 먹여 키웁니다. 강아지가 반질반질 미끌미끌하니 고소한 내를 풍기자 아이는 온 산 칡넝쿨을 모두 가져다 기다란 줄을 만들어 강아지 다리에 묶지요. 그리고 깊은 산 큰 나무에 강아지를 묶어 두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온 산 호랑이가 기름 강아지한테서 나는 고소한 냄새를 맡고 달려옵니다. 호랑이 한 놈이 꿀꺽 하고 기름 강아지를 삼키자 쏙 하고 똥구멍으로 강아지가 미끄러지고 맙니다. 다음 호랑이도, 그 다음 호랑이도 기름 강아지를 삼키고 줄줄이 줄에 꿰이고 말지요. 아이는 그렇게 해서 하룻밤에 온 산 호랑이를 다 잡았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가죽을 팔아서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지금도 그 동네에 가면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난대요.



이야기 재미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답게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어”로 시작해서, “지금도 그 동네에 가면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난다지”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전형적인 옛이야기 서두와 결말이지요. 특히 끝문장을 보면 이 이야기가 과장이 심한 재밌는 이야기라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아이를 설명하는 문장은 단 하나입니다. “어찌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라는 구절이 아이가 얼마나 게으른지 알려주지요.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니까요. 밥 먹고 똥 싸는 일을 한 공간에서 해결할 정도로 게으르다는 걸 그림이 다시 한번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화가 난 어머니도 그랬지요, “너는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만 싸고 있냐?”고요. 어머니가 괭이를 구해 준 다음부터 이야기는 시침 뚝 떼고 허풍을 떨기 시작합니다. 한 길 넘는 구덩이에 온 동네 똥을 져다 넣고 흙 덮고 참깨 씨앗을 뿌렸더니 그 싹이 정자나무만큼 크게 자라서 참깨가 주렁주렁 열렸고 기름을 짜니 수수십 항아리나 나오더라, 강아지를 기름 먹이고 기름 바르고 해서 키운 다음 산에 묶어 두었더니 강아지가 얼마나 미끄러웠는지 호랑이가 삼켜도 똥구멍으로 빠져 나오더라, 그래서 온 산 호랑이를 한 밤에 다 잡아 큰 부자가 되었더라는 신나는 허풍이지요. 이 아이처럼 게으름 다 피우고도 한번 손 댄 일이 그처럼 잘되어 큰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그림을 보니 큰 부자가 된 후에는 야단치던 어머니도 아이와 함께 목침 베고 게으름 부리니 더더욱 좋지요. 이제는 아이더러 게으르다고 야단 칠 일이 없을 테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민중은 큰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랍니다. 옛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 이야기에 담아 놓았지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허풍 심한 이야기에 자신들의 소망을 실현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이 이야기를 즐깁니다. 우리의 소망도 옛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가 권문희는 결말에 게으름 피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려 넣음으로써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소망까지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게으름 피우면서 황당한 일확천금의 꿈이나 꾸면서 살자는 얘길까요? 아니지요.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각과 느낌을 줍니다. 비극적 이야기는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희극적 이야기는 위안을 주지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마도 위안이 아닐까요? 게으름 피우면서도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욕망을 인정하고 달래주면서, 그 욕망을 한바탕 웃음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 또다시 열심히 살게 하는 그런 힘 말입니다.



그림 재미

이 그림책의 재미는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동작과 표정에 있습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애걔, 한입거리도 안 되는 강아지네” 하고 말하는 듯합니다. 표제면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어머니 표정이 영 심상치 않습니다. 시선을 따라가 보면 방문 앞에 놓인 짚신에 이르지요. 그 짚신 임자에게 화가 났구나 하는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첩첩이 놓인 산 뒤로 호랑이 꼬리도 보이지요.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어”라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목침 배고 누운 아이 뒷모습을 보세요. 손가락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듯한 자세입니다. 파리가 윙윙거려도 꿈쩍 않지요. 그런 아이한테 소리치는 어머니 모습은 무시무시합니다. 아이는 어느 새 조그맣게 몸을 말고 앉아서 “괭이가 있어야 땅을 파지요” 하고 대꾸하는데 그 표정이며 동작이 여간 겸손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전 페이지에서 누운 채 “배고파요. 저녁밥 주세요” 하던 당당함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장면의 그림들이 글에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심리와 상태를 보여주니 책을 볼 때마다 그림 읽는 재미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기름 강아지의 표정입니다. 처음 호랑이에게 먹혔다가 똥구멍으로 나올 때에는 정신이 다 달아난 표정인데, 두 번째 호랑이한테서 빠져 나올 때는 “그러게 나를 왜 먹어?” 하는 표정입니다. 그리고 막바지에 이르면 아주 능숙한 다이빙 자세로 호랑이 똥구멍을 빠져 나옵니다.


본래의 이야기가 지닌 허풍에, 작가 권문희의 생동감과 해학 넘치는 그림이 더해져서 이 그림책 『줄줄이 꿴 호랑이』가 탄생했습니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