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인정받은 이야기꾼, 윌프리드 루파노의 재기 발랄함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팬티 입은 늑대》는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프랑스의 만화 시나리오 작가, 윌프리드 루파노가 이야기를 짓고, 다양하고 감각적인 그림 스타일이 돋보이는 프랑스 화가, 마야나 이토이즈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팬티를 입은 어벙한 표정의 늑대가 등장하는 표지만 보아도 윌프리드 루파노만의 색깔, 재미와 반전, 해학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팬티’, ‘똥’, ‘오줌’ 등 지저분하거나 창피함을 느끼게 만드는 단어만 들으면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에게도 책을 펼치기 전, 표지에서 먼저 만나는 제목, 그리고 알몸에다 팬티 하나 달랑 걸친 늑대의 모습은 웃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책을 펼치면 산꼭대기에 살고 있던 늑대가 어느 날 숲속으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늑대뿐 아니라 아기자기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잘 살도록 그려낸 다양한 숲속 동물들의 모습이 이야기의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편견도 예상도 뒤엎는 반전,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
산꼭대기에는 모든 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늑대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숲속 동물들은 이 늑대가 나타나면 분명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거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숲속 마을에는 끊임없이 실종자가 나오고, 이들 모두 늑대한테 물려가 잡아먹혔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지요. 숲속 동물들은 늑대가 무서워서 별별 짓을 다 합니다. 늑대 경보기, 늑대 덫, 늑대 올가미를 사고팔기도 하고, 늑대 소식만 담긴 신문을 읽으면서 늑대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나누기도 합니다. 늑대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은 물론 늑대만 잡는 부대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에 진짜로 늑대가 나타납니다. 귀여운 빨간 줄무늬 팬티를 입고 말이지요. 숲속 동물들은 늑대 진위를 놓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동안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늑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팬티’라는 것을 알아차린 늑대는 자신이 팬티를 입게 된 사연을 들려줍니다. 늑대가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숲속 동물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팬티 입은 늑대》는 무시무시한 소문만 믿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늑대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온갖 대비를 하느라 시간과 돈을 써대는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숲속 동물들의 모습이 우리를 꽤나 많이 닮아 있습니다. 실체를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덮어놓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이나 공포심을 조장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현상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또 하나, 진짜 납치범은 과연 누구일지 되짚게 하는 소소한 반전도 마지막 선물 같은 깜짝 재미를 줍니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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