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말이야, 유치원에 안 가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상상력이 부르는 유쾌한 모험 유치원에 가기 싫은 땅콩이, 그래도 유치원복을 입고 유치원에 가기 위해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말이야, 유치원에 안 가면...?’ 그 순간의 상상이 지금, 이 그림책 속에서 신나게 펼쳐진다.
유치원생 땅콩이의 상상은 꽤나 현실적이다. 자신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유치원의 왕밤 선생님이 알게 되고, 그럼 곧 엄마도 알게 되고, 아빠까지 알게 될 거라는 나름 그럴듯한 추측도 해낸다. 자신을 찾아 뛰어다닐 엄마아빠를 걱정하는 순수함은 잃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다 엄마아빠가 파출소에 가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럼 경찰 아저씨들이 엄청 바쁘게 찾아다닐 텐데? 그렇게 상상은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동네로, TV로, 온 세상으로! 심지어는 땅콩이를 찾는 캠페인 콘서트까지 열리고 마는데... 점점 만화 속 극적인 상황처럼 변해가는 땅콩이의 상상. 모두가 자신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상상에는 세상의 중심에 멋지게 서고 싶은 아이의 천진함이 담겨있다. 그런데 과연 엄청 유명해진 땅콩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결말 속, 땅콩이의 당연하고도 깜찍한 욕심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각양각색 견과류 캐릭터의 세상 사이사이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즐거움 이 단순하고 즐거운 상상은 캐릭터와 숨은 이야기들을 통해 더욱 풍부해진다. 주인공 땅콩이를 시작으로 왕밤 선생님과 호두 경찰, 아몬드 친구 등 견과류 모습을 한 캐릭터들은 물론, 오징어나 다람쥐 등 견과류와 관련 있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땅콩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면,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은 그 사이사이에 숨어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중에서도 땅콩이를 찾는 경찰을 보며 제 발 저리는 완두콩 도둑, 요리조리 숨어도 꼬리가 숨겨지지 않는 다람쥐와 땅콩이를 애타게 찾는 오징어, 그리고 어디서든 존재감을 뽐내는 잣 친구들은 전체적인 재미를 더하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장면마다 익살스럽게 움직인다. 그밖에도 여기저기에 쏙쏙 숨어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어느 순간, 작가의 유머에 웃음이 터지고, 진짜 견과류 세상에 푹 빠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없는 하루, 가장 안전하고 짜릿한 일탈 누구에게나 매일 똑같은 일상은 지루한 법이다. 학생은 등교가, 직장인은 출근이 싫은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친구와 싸웠거나, 선생님이 무섭거나 혹은 활동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유치원에 가기 싫은 게 당연하다. 이미 전작들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콕 찌르며 공감해주던 윤지회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른들 몰래 사라져보고 싶은 무시무시한 상상까지도 기꺼이 허락한다. 어느 날 아침, 현관에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달나라까지 가버리는 이 짜릿하고 신나는 모험은 아이들의 정서적 일탈을 함께해 주는 셈이다. 물론 현실 속에선 엄마아빠 몰래 사라지기는커녕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그럼에도 끝내주게 멋진 상상을 펼치며 ‘그러니까 유치원 안 갈래!’ 라는 귀여운 합리화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달나라에 다녀온 듯,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 오늘,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잠시 눈을 감고 마음껏 일탈을 경험해 보자. 유치원에 가기 싫은 아이들에게는 폭풍 공감을, 부모님들에게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모두에게 깨알 같은 웃음까지 선물하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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