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오늘의 현대인들이 살아 내야 하는 하루는 생각만큼 그리 녹록하지 않다. 기상 나팔 소리 같은 알람 소리가 아침을 깨우면 반사적으로 윗몸을 일으켜 서둘러 아침을 시작한다. 잰 걸음으로 도착한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은 늘 인파로 붐비고, 롤러 코스터를 타듯 이리 밀리고 저리 눌린 채 일터에 도착한 뒤에는 그날 처리해야 하는 업무와 만나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각자 치열하게 하루를, 일년을 보내며 나이 들어가는 삶, 이것이 우리가 살아 내는 일상일 것이다. 복작거리는 교실 속 아이들의 일상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마음 조심]에서 작가는 이 현대인들 중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소심하다고 여기는 소심남녀에 주목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이 싫어서 먼저 조심하고, 때로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위축되고, 내 기회를 가로챈 자에게 달려가 응징하기 보다는 그들을 애써 이해하려 하는, 이 선한 소라게들에게 작가는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인다. 이 땅의 수많은 소라게들은 웬만한 건 그냥 넘길 정도로 마음이 강한 자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기를 꿈꿀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순간 순간이 도전의 연속인 삶에서 소라게들이 수없이 거쳐왔을 노력의 시간들을 인정하며 그냥 그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소라게들과 더 넓게는 이 시대를 살아 가는 현대인들에게 조용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소라게, 오늘도 수고했다! 소라게의 정의를 살펴보면, 갑각강 십각목의 동물 가운데 패각 따위에 몸을 숨기고 사는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머리와 가슴은 겉껍질로 싸여 있으며, 두 쌍의 걷는다리로 껍데기를 붙잡고 끌고 다니는 동물, 이게 바로 소라게다. 작가는 왜 소라게에 주목했을까? 늘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윤지 작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고, 편안했다. 집이야말로 작가에게 어떤 갈등도 없는, 평안한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작가는 소라게가 무거운 껍질을 끌고 다니는 이유가 작고 약한 마음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출퇴근길, 거리와 지하철의 인파를 헤치고 느릿하지만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소라게의 모습에서, 작은 목소리 때문에 곤경에 처해 급기야는 껍질 속으로 숨었지만 '잘하고 싶은데???.'를 되뇌며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오늘의 우리를 목도하고, 자신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싶어진다. 이것이 [마음 조심]이 볼수록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용히 다가와 토닥이는 [마음 조심]의 마법 속으로 [마음 조심]은 아침에 눈 뜨고부터 밤에 집에 들어가기까지, 담백하고 짧은 글과 상황을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이미지로 소라게의 하루를 조명한다. 소라게가 이때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글로 표현하지 않지만, 오밀조밀 짜여진 이미지의 조합이 그런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게 유도한다. 그 어떤 설명보다 아주 진솔하게! 만원 지하철에서 밀리고 밟히는 소라게를 보며 오늘 아침 지하철 상황을 떠올리고, 운 좋게 바로 온 엘리베이터 앞에서 휙 세치기하는 이를 향해 눈을 흘겨 주고 싶고, 큰 소리에는 마치 내가 잘못이라도 한 양 위축되기도 했다가, '그럴 때도 있는 거예요. 힘내요.' 하며 건네는 동료의 물 한 잔에 흘리는 소라게의 방울방울 눈물이 바로 우리 마음에서 떨어지는 방울 같이 느껴지는 건, [마음 조심]이 누구든 받아들이기 가장 쉬운 언어인 이미지를 주된 소통 도구로 선택한 탓이다. 조용히 다가와 손 내미는 소라게의 다정한 위로와 격려가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는 반창고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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