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고 놀고 웃고 싸우고 떠드는 앞집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켜보는 뒷집 아이.
온종일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 준범이는 온종일 창밖을 내다봅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낯선 동네, 할머니가 일하러 나간 빈 방에서 준범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TV를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는 일뿐이니까요. 창 너머로 보이는 앞집은 한 지붕 아래 미장원, 슈퍼, 중국집이 오글오글 모여 있습니다. 밥 먹어라, 배달 다녀온다, 동생 좀 봐라…… 야단치고, 달래고, 웃고, 떠들고…… 가게에 살림집까지 붙어 있어 앞집은 늘 시끌벅적합니다. 앞집에는 준범이 또래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언제나 예쁜 차림의 미장원 집 공주, 슈퍼 집 먹보 충원이와 떼쟁이 예원이, 날마다 맛난 음식만 먹는 중국집 강희와 강우, 그리고 강희네 강아지 땡이까지, 어느새 준범이는 아이들 이름도 다 외웠습니다.
앞집 아이, 뒷집 아이를 발견하다 공주, 충원이, 강희, 강우는 늘 마당에서 함께 뛰어 놉니다. 그림도 그리고, 공주 놀이도 하고, 총싸움도 하고, 물론 가끔씩 다투기도 하고요. 오늘도 여느 때처럼 마당에서 놀던 강희 눈에 낯선 얼굴이 들어옵니다. 뒷집 창틈으로 배죽 내민 얼굴. 뒷집에 새로 이사 왔다던 아이인가 봅니다. 낯선 아이는 강희네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강희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강희는 같이 놀자고 손짓하며 말을 붙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싫다며 이내 모습을 감추고 맙니다. 할머니가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했다면서요.
준범이는 왜 그랬을까 사실 준범이는 자기가 왜 그랬는지 잘 모릅니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왜 그랬을까요? 아무튼 준범이는 마음을 다잡고 혼자 놀아보려 합니다.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놀 수 있다고요. 그런데 오늘따라 앞집 아이들은 왜 이리 시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 자장면 해달라는 소리에 자꾸 귀가 쫑긋해집니다. 결국 준범이는 다시 창밖을 기웃거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새 준범이를 잊었는지 자기들끼리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창밖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 같이 놀아야 진짜 재미있다 이 책은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의 작가 이혜란의 후속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서민들이 오글오글 모여 사는 동네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일상에 주목했지요. 새로 이사 온, 왠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는 뒷집 아이에게 앞집 아이들은 선뜻 곁을 내줍니다. 그렇다고 앞집 아이들이 특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유난히 착할 것 같지도 않고, 별로 잘난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마음의 벽이 없는 아이다운 아이들일 뿐입니다. 다 같이 놀아야 진짜로 재미있다는 걸, 아이들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그림 사람 사는 동네의 소소한 일상이 꼼꼼한 연필 그림에 담겼습니다. 멋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그린 그림, 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손 글씨, 회색 톤 위로 따뜻하게 번져나가는 색 점들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환한 마당과 어두운 방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대비시킨 점도, 창문을 연상시키는 사각 틀과 시점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준범이의 시점으로 그려진 앞집 풍경은, 창이 열리듯 점점 넓어지며 화면에 변화를 주고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중간 부분부터는 시점이 바뀌며 준범이가 화면 속으로 들어옵니다. 경계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주인공이 경계 안으로 들어와 하나가 되는 과정을 시점 변화로 드러낸 것이 흥미롭습니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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