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따라간 마트에서 본 뿅가맨. 밥을 먹을 때도, 학교에 가도 다섯 살 준이의 눈앞엔 매일 뿅가맨이 아른거린다. 이 책은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재미있는 색채로 그려낸 유아 동화책이다. 자라나며 누구나 한번 쯤 겪었을 법한 소재로 소유욕에 대한 감정, 싫증 등의 심리상태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풀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책속부록으로 얼굴에 쓸 수 있도록 제작된 뿅가맨 가면이 들어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뿅가맨? 다섯 평생 이렇게 멋진 로봇은 처음이에요!" 준이가 평소처럼 엄마를 따라 마트에 간다. 그날 판매대에는 최신 모델의 로봇 장난감 "뿅가맨"이 산처럼 쌓여 팔리고 있다. 준이는 뿅가맨의 번쩍이는 자태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다. 엄마는 역시 사 줄 생각이 없고, 집에 돌아왔지만 준이 머릿속에는 온통 뿅가맨 생각뿐이다. 다음 날 유치원 소풍을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순간, 앗! 뿅가맨이 나타난다. 차를 달려 놀이공원으로 가는 길에 뿅가맨이 또 나타났다.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데 또, 동물원을 구경하는데도 또, 또, 놀이기구를 타는데도 또 나타난다. 마침내 버스에 앉은 친구들 모두가 뿅가맨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 준이는 마음이 울적해져서 버스에서 내린다. 그런데 준이를 마중 나온 엄마 손에 뿅가맨이 들려 있다. 신난다! 준이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준이는 뿅가맨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준이는 뿅가맨을 쥐고 뛰어오를 듯 기쁜 마음으로 놀이터로 향한다. 그런데 그만, 친구들은 새로운 로봇을 가지고 놀고 있다. 더욱 웅장하고 화려한 로봇 "왔다맨". 준이의 머릿속은 다시 빙글빙글 돈다. 저녁 밥상에 앉은 가족들 얼굴이 모두 왔다맨으로 보인다. 그렇게 좋던 뿅가맨은 바닥에 버려져 있다. 작디작은 모습이다.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는 그것은 무엇일까? [뿅가맨]은 단숨에 어린이 독자를 사로잡는 힘을 품은 이야기이다. 주제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담한 연출과 명랑한 색조, 책장을 넘기며 느껴지는 차진 리듬감이 독자를 힘껏 끌었다 밀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전작 [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작가 윤지회의 특기이다.
[뿅가맨]은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만한 일을 소재로 삼아 아이의 보편적인 심리를 담아낸다. 여러 가지 욕망의 생성과 소멸, 변형과 확산으로 한 인간의 삶이 규정되는 것이 지금 소비 사회의 분명한 일면이며, 곳곳에 넘치는 자본의 교묘한 상술과 광고는 더 이상 어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뿐만은 아니다.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는 과정이다. 준이와 뿅가맨의 이야기는, 그것이 물질이든 가치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뜨겁고 신나고 강렬한 것인지 설레도록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게 마련인 쓸쓸함의 정체는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매력적인 그림과 재치 있는 구성 속에 간단하지 않은 생각거리를 자연스럽게 얹어 둔 맹랑한 그림책, [뿅가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