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똥을 축복과 저주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여겨 왔습니다. 그리고 그 양면적인 생각은 어쩌면,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에 대하여 독자적인 - 똥을 누어야 하고 그것을 순환시켜 밥을 얻어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멀리하여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 존재인 인간의 속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예전엔 똥도 아까워서 어디 나갔다가도 마려우면 내 집 뒷간에 와서 누었지"
연세 지긋하신 시골 노인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순환의 원리에 바타을 둔 자연농법 시절의 이야기지요. 그 시절에 '밥은 곧 똥이요, 똥은 곧 밥'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똥 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거나 '똥을 밟으면 재수가 좋다'는 속설도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농경 문화의 소산으로 농부들에게 똥이 그만큼 소중한 자원이었음을 말해 줍니다. 반면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속언이라든다 "똥을 싸고 뭉갤 녀석!" "똥독이 올라 죽을 놈!"이라는 욕설도 있습니다. 이는 '더럽고 냄새나는 피해야 할 물건'이라는, 똥에 대한 또 다른 생각과 정서를 담고 있는 말들입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우리는 똥을 축복과 저주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여겨 왔습니다. 그리고 그 양면적인 생각은 어쩌면,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에 대하여 독자적인 - 똥을 누어야 하고 그것을 순환시켜 밥을 얻어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멀리하여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 존재인 인간의 속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똥은 양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편리만을 좇는 오늘날의 생활은 똥을 오로지 바로 없애버려야 하는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처리 과정은 당연히 자연 친화적인 순환 구조 속에서가 아니라, 반자연적인 일방적 구조 속에서이루어지고있지요. 이러한 경향은 분명 인간에게나 자연에게나 이롭지않습니다. 바야흐로 똥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반성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 까닭인지 저런 까닭인지, 요즘 '똥'을 다룬 어린이 책이 적지 않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는 똥에 대한 일방적인 관념에 균형의 추를 달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칫하면 지나친 소재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농부에게는 축복을 주는 똥벼락이, 욕심에 사로잡혀 착취를 일삼는 부자에게는 벌을 내리는 똥벼락이 내리치는 그림책, 똥의 양면성에 대한 건강한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