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건져 올린 작은 행복 자연에서 마음이 스르르 녹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테지요. 짧은 순간에 찾아오는 기쁨, 일상의 작은 행복을 담은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은 달콤한 환기를 불러일으킵니다. 잠깐, 우리 느긋해져 볼까? 쉬면서 새 소리도 듣고 바람 소리도 들어볼까? 하고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상쾌한 아침을 맞은 듯, 마음이 맑아집니다. 책이 불러온 작은 행복이 지금, 반짝입니다.
고릴라와 고슴도치, 함께여서 좋다 하룻밤 캠핑 이야기에는 두 주인공이 나옵니다. 어설프지만 듬직한 고릴라와 뾰족뾰족 신경질적으로 보이지만 친구를 배려하는 고슴도치. 둘의 대화가 감칠맛 나게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둘은 내내 티격태격하지요. 덜렁거리는 고릴라는 길도 잘 못 찾고, 텐트도 잘 못 치고, 혼자 저녁 짓는 것도 벅차하지요. 캠핑을 안 가겠다던 고슴도치는 그런 고릴라를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합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고릴라가 원하는 것을 해 줍니다. 고슴도치와 고릴라의 아옹다옹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까운 이들이 떠오릅니다. 늘 붙어서 싸우는 형제일 수도, 친구일 수도, 부모 자식일 수도, 연인이나 부부일 수도 있습니다. ‘어 이거 나네, 어 이거 누구다!’ 하고 떠오르는 관계에 대입해서 읽습니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가 되지요. 하루 종일 싸울 것만 같더니 “나오니까 좋다”를 외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적막한 숲 속에서 잠자리에 들 때입니다. 행복은 어느새 그렇게 소리 없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야기는 참으로 소박합니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고릴라와 고슴도치가 유달리 사이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문제로 삼을 만한 것이 없지요. 마치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이 책 속에 담긴 것 같습니다. 심심한데 좋고, 별일 없어서 좋습니다. 우리 일상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 없어도, 아주 가끔 예쁜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를 말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자연스러워 좋다 스케치 없이 단숨에 그려진 그림들이 자유롭습니다. 오일파스텔과 잉크로 그려진 숲은 화사하고 경쾌합니다. 힘을 빼고 그린 그림들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 줍니다. 친근한 느낌은 손글씨에서도 이어집니다. 삐뚤빼뚤 글씨들은 자연스럽게 그림과 어울리지요. 후반부로 갈수록 고릴라와 고슴도치의 대사가 점점 줄어들면서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는 장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숲의 고요가 마음을 꽉 채우는 장면에서는 말이 없기에 더욱 그림에 몰입하게 됩니다. 읽는 이의 마음도 잔잔하고 편안해집니다.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그림책을 펼쳐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