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새는 용감하고 또 용감하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이다. 새끼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아빠 쇠제비갈매기는 사냥을 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나아간다. 아빠 쇠제비갈매기가 물고기 한 마리를 용케 입에 무는 순간, 그것을 노리는 녀석들이 나타난다. 제 힘으로는 절대 사냥을 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는 가마우지 떼들이다. 가마우지 떼들이 순식간에 쇠제비갈매기를 포위하고 위협한다. 쇠제비갈매기는 높이 솟아올라 겨우 그들을 벗어난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훨씬 더 사나운 존재가 아빠 새를 기다리고 있다. 송골매다! 쇠제비갈매기는 송골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결국 힘에 부쳐 입에 물고 있던 물고기를 떨어뜨린다. 새끼를 위한 먹이가 바다 속으로 영영 사라지려는 찰나, 쇠제비갈매기는 온 힘을 다 해 다시 그것을 낚아챈다. 아빠 새는 송골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새끼를 향해 쉼 없이 날갯짓을 한다. 굶주린 새끼를 먹이기 위해……. 그런데 수많은 괭이갈매기들 사이를 통과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괭이갈매기들도 먹이를 빼앗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아빠 새는 이 모든 위험과 고통을 모두 다 극복한다. 아빠 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배고픈 새끼의 모습만 각인되어 있다. 바위섬이 가까이 보이고, 먹이를 찾는 새끼의 지저귐이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아빠 쇠제비갈매기의 날갯짓이 더욱 빨라진다. 《아빠 새》는 사냥을 하는 아빠의 모습 보다 사냥감을 온전히 지켜 새끼에게 전달하는 험난한 과정에 집중한다. 위협적인 그림과 천진난만한 글의 반전적 배치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어린 자식을 위해 밥을 벌어야 한다. 밥을 버는 일은 늘 생명을 불살라야 하는 경쟁과 위기의 연속이다. 적자생존의 법칙 아래, 모든 생명체는 자손을 통해 영원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숙명이기 때문이다. 《아빠 새》는 독도에 사는 쇠제비갈매기가 주인공이다. 아빠 쇠제비갈매기는 새끼를 위해 목숨을 건 사냥을 하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 사냥감을 소중히 지켜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작가 장선환은《아빠 새》를 창작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독도의 쇠제비갈매기와 가마우지, 송골매, 괭이갈매기들의 생태를 관찰했다. 그래서 《아빠 새》에 등장하는 독도의 새들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순식간에 장벽처럼 아빠 새를 둘러싸는 가마우지 떼들이나 공격을 가하는 송골매의 속도감 있는 송곳 자세 등은 공포가 느껴질 만큼 위협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적인 그림 위에 얹은 텍스트는 가히 반전적이다. 텍스트는 애타게 아빠를 기다리는, 어서 먹이를 가지고 빨리 돌아오라는 새끼의 목소리이다. 생명을 걸고 전투를 하는 아빠 새의 거친 호흡이나 날갯짓은 모두 묵음으로 처리됐다. 《아빠 새》는 어른의 세계(그림)와 아이의 세계(텍스트)를 역설적으로 배치해, 주제의 전달을 꾀한 작품이다. 유아들에게 부모의 헌신과 노고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도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빠 새의 놀라운 용맹이야말로 새끼의 간절한 목소리 때문이라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