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교만에 빠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애지중지하는 무지개빛 비늘을 하나씩 떼어 나눠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우리 시대에는 식상하고 맥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쿠스 피스터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곰팡내난다고 골방에 처박아버리는 고전적인 테마를 끈질기게 붙들어쥔다.
마르쿠스 피스터는 그림책, 곧 자기의 분신과 어린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법을 실험하여 늘 새로운 그림책을 발표한다. 그는 수묵화의 기법을 그림책에 도입해 신비로운 남극 땅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살린 "펭귄피트 이야기" 시리즈에 이어, 최신작인 [무지개 물고기]에서는 홀로그램 특수 인쇄 효과를 이용해 아름다운 빛깔로 반사되는 비늘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이 그림책에는 언어로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는 무지개빛의 실체가 그야말로 눈부시게,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책을 앞에 두고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식의 무지개빛 묘사는 무색하기 짝이 없다. [무지개 물고기]는 작가의 상상력과 새로운 인쇄 기술이 행복하게 만나서 어린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터뜨리게 하는 그림책이다.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는 이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작가로 떠올랐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이 작품의 줄거리도 아주 단순하다. 온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교만에 빠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애지중지하는 무지개빛 비늘을 하나씩 떼어 나눠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우리 시대에는 식상하고 맥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쿠스 피스터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곰팡내난다고 골방에 처박아버리는 고전적인 테마를 끈질기게 붙들어쥔다. 여느 그림책과는 달리 이 그림책의 이야기에는 소란스럽게 어린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유머나 기교가 없다. 작가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딱 필요한 그림만 보여주고 딴청을 피운다. 처음으로 제 친구에게 무지개빛 비늘 하나를 떼어 나눠주고 난 뒤에 찾아드는 겸연쩍음 혹은 기쁨을, 작가는 "어쩐지 색다른 느낌"이라고만 짤막하게 표현한다. 작가가 딴청을 피우는 동안 무지개 물고기는 말없이 제가 나눠준 비늘을 달고 헤엄치는 친구 물고기를 지켜본다. 친구랑 같이 놀다가 제 손에 쥔 과자를, 또는 장난감을 친구에게 나눠주고 난 어린이는 곧바로 제 놀이에 열중하지 않는다. 제것을 나눠준 친구의 표정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두 어린이 사이에 기쁨의 교감이 생기는 것이다. 남을 기쁘게 하면 저도 기뻐진다. 남을 행복하게 하면 저도 행복해진다. 둘이 행복하면 이 세상은 두 곱으로 행복해진다. 무지개 물고기도 다른 물고기도 모두 무지개빛 비늘을 하나씩 나눠서 몸에 붙이고 있게 되자, 물속 세상은 몇 곱으로 행복해진다. 행복의 파장은 그만큼 큰 것이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굴절되지 않고 어린이에게 그대로 흡수된다면, 정말로 멋진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 물고기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지혜로운 문어 할머니는 참으로 귀하다.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으면서 어린이의 본성을 황폐하게 해치는 것은 누구의 무지(無知) 때문인지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