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후다닥 방과후로 달려 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안 계셔서 찾아 보니 자료실에서 흰색 물감을 찾고 계셨다. 선생님이 아크릴 물감 중에서 흰색 물감을 찾으라고 했다. 보물찾기를 하듯 요리조리 살펴보니 단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물감을 가지고 마음방으로 가니 영훈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떤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해도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어쩔수 없이 영훈이를 내버려둔 채 수업을 시작했다. 아크릴 물감을 짜고 섞는 걸 잘한다고 칭찬을 받아 좋았지만 우울한 영훈이를 보면 좋았던 마음도 갑자기 우울해진다. 수업 도중에 선생님이 방짜샘을 찾으러 가셨다. 선생님이 안 계신 동안 영훈이에게 말을 걸려고 시도해보았지만 매번 결과는 실패였다. 선생님이 돌아오신 후 영훈이는 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상관을 안 하고 그림 색칠을 하다 보니 거의 끝나있었다. 색칠하는 내내 칭찬을 받아서 좋았다. 엄청 열심히 해서 시간도 빨리 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평소에 영훈이랑 함께하면 재밌어서 시간이 후다닥 흘러 갔나 보다. 함께하지 못하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거였다 . 영훈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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