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
다른 우리가 만났어요! *^^*
함께 꿈꾸고, 사랑하며 성장해가요!
Luck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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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손정란 | 등록일 | 21.09.28 | 조회수 | 33 |
길이 막혀 있다. 릭샤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모여 서있다. “무슨 일이지? 바라나시 거리가 이렇게까지 막히는 일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탄 릭샤도 그 무리의 가장 뒤에 멈춰섰다. 릭샤 무리들이 둘러싼 중심에서 정체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소싸움이었다. 인도의 거리에는 소가 흔하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발이 멈추는 곳에서 누워 자고, 거리의 쓰레기를 뒤지고, 아무 데나 똥을 갈긴다. 인도의 소는 느긋하고, 인간사에 무심하다. 그랬던 인도의 소들이 지금은 거리 한복판에서 육중한 몸을 맞대며 싸우고 있다. 아주 치열하다. 시시콜콜 호기심 많은 인도인답게 가던 길을 멈추고 소싸움을 구경하고 있다. 길은 양쪽 모두 꽉 막혔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큰 소리로 응원하고, 어떤 이는 막대기로 땅을 두드리며 싸움을 부추긴다. 투우장에라도 온 듯 열기가 대단하다. 1톤에 육박하는 덩치들의 싸움에 우리의 릭샤꾼은 불안한 듯 자리를 피하고자 릭샤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그러다가 우리가 탄 릭샤는 소싸움의 가장 앞으로 밀렸고, 빽빽이 서 있는 릭샤들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언니, 무서워!” 혼자 다니는 여행에 신물이 난 터에 덜컥 동행하겠다고 나선 중2 사촌 여동생이 걱정을 내비친다. 처음 떠난 배낭여행이 인도가 된 동생은 얼마 전에 낙타에서 떨어진 사고를 겪고 난 후라 더욱 조바심이 나는 듯 하다. “그래도 내리는 것보다 릭샤에 앉아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 한껏 열에 들뜬 사람들의 무리를 뚫고 나가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아 릭샤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싸움의 승패가 갈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싸움에서 밀린 하나가 죽어라 내달린다, 우리가 탄 릭샤 쪽으로! 승기를 잡은 다른 소 하나도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달아나는 소를 쫓아간다. “꺄약!” 나와 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를 끌어안은 채 비명을 질렀다. 먼저 내달려 온 소가 ‘쿵’ 릭샤의 왼쪽을 박고 도망친다. 뒤 따르는 소도 거의 동시에 릭샤의 오른쪽에 세게 부딪힌 후 쫓아간다. “휴, 살았다!” 하얘진 머리에 피가 다시 돌 때쯤, 도망갔던 릭샤꾼 청년이 돌아왔다.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연신 ‘Lucky’를 외치며 악수를 청한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며, 한껏 웃고 떠들 수 있었다. 다친 곳 하나 없던 나와 동생과 달리 릭샤는 바퀴 프레임이 찌그러졌다. 반짝반짝 때가 안 탄 모양새로 보아 마련한지 얼마 안 된 릭샤인 듯 하다. 릭샤꾼 젊은이는 아주 울상이다. 위로의 말이라도 할까 했지만, 우리를 버리고 냅다 튄 그 꼬락서니는 탐탁치 않았지만, 찌그러진 릭샤를 보니 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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