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이 게으른 홀아비 촌로는 이 곳 저 곳에 청혼을 해도 선뜻 나서는 혼처가 없어 그럭저럭 살아온 것이 50을 넘겼다.
그런데 옛날 총각 때 어머니가 쑤어 주던 팥죽맛은 잊지 않고 연연했다.
날이면 날마다 팥죽 생각을 하게 되니 자연 팥죽이 먹고 싶어 미칠지경이 되어 생각다 못해 이웃 아낙네에게 간청하여 1년만 팥죽을 단골로 쑤어 달라고 하고 그 대가로 논 한 마지기를 주기로 했다.
1년이 넘고 보니 이빨은 빠지고 김치거리 조차 씹을 수 없는 잇몸이 되어 팥죽 쑤어 주기 계약은 또 1년을 연장하게 되었다. 그 이듬해 숨을 거두기까지 팥죽을 쑤어 주던 옆집 아낙네는 자연히 그 촌로의 논마지기를 다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해서 팥죽뱀이라고 아예 이름이 붙여진 고라실 논 옆에 집을 짓고 이사를 해버린 여인네 집 근처를 지금도 팥죽뱀이골이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