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며
진실하게 만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Love myself, Love yourself!
5학년 친구들에게 쓰는 스물한번째 편지-온라인 개학을 앞둔 마지막 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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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미향 | 등록일 | 20.04.14 | 조회수 | 30 |
얘들아~ 오늘은 선생님 어릴 때 이야기를 해볼까 해. 선생님이 초등학교 다닐 때 있었던 일이야. 겨울방학 때 학교 청소 당번 일이 정해져 있었거든. 추운 어느 날 학교 청소를 하러 방학 중에 학교에 갔어. 그런데 내가 실내화를 안 가지고 간거야. 그렇다고 학교 복도에서 신발을 신지는 못해서 신발은 밖에 벗어두고 차가운 시멘트 복도를 양말만 신은 발로 청소를 하고 있었거든. 그 때 지나가시던 선생님 한 분이 “얘 발 시리겠다. 내빈용 실내화라도 신고 청소해.” 하고 학교에 비치된 실내화를 꺼내 신으라 하셨어. 그래서 신발장에 들어 있던 실내화를 꺼내어 신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었거든. 그런데 잠시 뒤 또 다른 선생님이 지나가시다가 갑자기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시는거야. “야, 누가 학교 내빈용 신으래! 얼른 벗어.” 하시는거야. 나는 다른 선생님이 발 시릴까봐 신으라고 해서 실내화를 신었는데 그 선생님은 내가 마음대로 꺼내어 신었다고 생각하셨나봐. 갑자기 나에게 호통을 치시는데 갑자기 목이 딱 메이면서 아무 말도 안 나오는거야. 눈물이 핑 돌았지 뭐야. 엄청 속상했어. 난 다른 선생님이 신어도 된다고 해서 실내화를 꺼내 신은거고, 또 이렇게 발이 시려운데 잠깐 여분으로 있는 실내화도 신으면 안 되는건가 싶고. 마음 속에 떠오른 말들은 엄청 많은데 한 마디 말도 못했어. 그런데 그게 두고두고 속이 상해서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도 생각이 난다니까. 또 하나 더 이야기해줄까. 예전에는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급식차’라는게 있었어. 급식실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 급식차에 담아주시면 바퀴달린 급식차를 각 교실로 끌고 와서 교실에서 배식하고 먹었거든. 학생들이 돌아가며 급식당번을 했었고 말이야. 어느 날 내가 급식 당번일 때였어. 그 날 후식으로 바나나가 나왔거든. 그 땐 내가 바나나를 먹고 싶다고 해서 자주 사먹진 못했어. 급식에 나온 바나나가 참 맛있어 보이더라. 그래서 내가 배식을 하면서 크기가 좀 큰 바나나 하나를 눈여겨 봐두었어. 그리곤 그걸 남겨두고 친구들 배식 다 해주고 내가 스스로 밥을 담아 먹을 때 골라두었던 바나나를 가지고 왔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 날 수업을 마치기 전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콕 집어서 “박미향. 약았어. 자기만 큰 바나나 골라서 먹고.”라고 친구들이 다 듣는 데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거야.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어. 물론 내가 친구들보다 더 큰 걸 먹으려고 마음속으로 바나나를 골라두고 그걸 받아온 건 그리 자랑스러운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할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너무 부끄러웠고 선생님이 나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신 게 큰 상처가 되었어. 아픈 기억 두 가지를 이야기했네. 물론 학교에서 내가 힘을 얻은 경험도 많단다. ^^ 선생님이 이 이야기들을 꺼낸 건 말이야. 선생님은 적어도 너희들에게 이렇게 상처주고 싶진 않다는거야. 억울한 마음. 부끄러운 마음. 그런 마음들을 최대한 느끼지 않도록 선생님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어서야. 그리고 또 하나. 너희들이 너희들의 생각과 느낌을 최대한 표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너희가 바라는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너희들 마음 속에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선생님에게 표현해주면 좋겠어. 너희들과 나는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줄 의무가 있고 또 존중받을 권리가 있단다. 선생님이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존재라고 해서 너희들이 선생님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하고 싶은 말을 못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선생님을 막 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하하 존중에는 존중으로. 알지? ^^ 선생님과 너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그게 안될 때도 있겠지. 그럴 때는 서로 알려주자. 이제 온라인 개학 시작하면 잘되는 것도 있을거고 뭔가 삐걱거리는게 있을 수도 있어. 그럴 때 우리 서로가 가진 생각을 나눈다면 함께 성장하는 반, 성장하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거라 믿어.
이게 개학 전 마지막 편지가 되겠다. 앞으로는 수업으로 만나자. ^^ 선생님 편지가 끝나는 것이 아쉬운 사람도 있지 않을까? 선생님의 착각이려나? 하하하 드디어 개학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구나. 건강히 잘 지내다가 온라인으로 만나자! 소중한 인연. 우리 5학년 친구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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