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다 같이 만들어가는 5학년 7반.
7월 2주의 5학년 7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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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소정 | 등록일 | 21.07.09 | 조회수 | 33 |
방학이 되려면 아직 멀기만 한 줄 알았는데, 다다음주부터 여름방학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며 쏟아지는 학기말 일거리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였습니다.
<7월 5일 월요일> 수학은 분수의 연산이 끝나고 도형의 넓이에 들어가기 전, 도형의 둘레에 대해 배우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둘레에 대해 체험해보았으면 싶어서 150cm짜리 귀여운 동물 줄자를 잔뜩 사왔습니다. 교탁 위에 택배 상자를 올려놓으니, 아침부터 아이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저도 택배 온 물건을 확인해야 해서 뜯어보니, "우와!" "귀엽다~" "선생님, 이거 저희 주시는 거예요?" 라고 웅성거리며 교탁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니요. 선생님이 내년에도 써야지~ 빌려주는 거니까, 조심해서 사용하세요." 라고 하니까 정말 아쉬워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수학 시간에 직접 줄자를 들고 사물의 둘레를 재러 다니는 활동을 할 때에도 저한테 "이거 가지면 안 돼요?" "저희 주시는 거죠?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7월 6일 화요일> 최근에 했던 국어 수업 중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습문제는 '설명하는 글을 읽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지만, 글이 QR코드를 설명하는 것이었거든요.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QR코드가 굉장히 대중화되었다는 내용의 자료를 먼저 보여주면서, QR코드를 사용해본 경험을 이야기하고, 평소 궁금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와있는 글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부족하다면 제가 미리 준비했던 자료들을 더 살펴보기도 하면서요. 아이들이 잔뜩 신기해하면서 서로 추측을 던지는 모습이 은근히 흐뭇했습니다. 또한 'QR코드를 직접 그려도 인식이 된다.'는 사실에 가장 열광했습니다. 제게 다음 미술 시간에 직접 QR코드를 그려보자고까지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생각보다 지루할 것 같기도 했고, 적절한 수업자료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기색만 보여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지루해 하는 친구들은 나오겠지만요. 다양하게 자료를 준비해야겠어요.
<7월 7일 수요일> 실과 1학기 진도가 모두 끝났습니다. 마무리 겸으로 화성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토론을 해보고, 다양한 자료를 본 이후 2차 토론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로워 하고 관심을 많이 보여줘서 의견이 많이 바뀔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토론 전과 후에 거수투표를 해보니 어째 찬반 진영 숫자는 그대로더랍니다.ㅎㅎ 또한 교과서에서 화성의 식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음주 실과 시간에는 영화 '마션'을 보기로도 했습니다. 음악 또한 단소를 제외한 1학기 진도가 끝이 나, 요즈음 5학년 몇몇 반에서 진행하고 있는 '컵타'를 함께 배웠습니다. 화요일즈음에 아이들에게서 사전조사를 해보니, 컵타를 해본 적 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있더라고요. 그래서 원한다면 가정에 있는 컵타용 컵을 가져와도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컵 한 개만 쓸 거라고 했는데도 많이 가져오는 친구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들 덕분에 꽤 많은 아이들이 종이컵이 아닌 컵타용 컵으로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1~3번 진행하였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종종 쉬는 시간에서도 컵타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7월 8일 목요일> 요즈음 아이들은 수학 시간에 암호문을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저와 짧은 콩트를 하는 것에 맛들린 모양입니다. 저희 학교 아이들은 예습을 해오는 친구들의 비율이 정말 높은 편이라서요. 특히 수학 시간에 이미 다 아는 것이라며 그냥 진도를 빨리 빼자고 떼를 쓰는데, 제가 어쩌다 반 아이의 "아~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하는 반어법을 "그렇지!? 너무 재미있지!? 와~ 너무 좋다~ 더 배울 수 있겠네~" 같은 방식으로 받아줬더니 그게 재미있었나봐요. 그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리내어 웃습니다. 이렇게라도 지루한 수학 시간에 집중을 해줬으면 해서, 지금은 대부분 받아주고 있습니다. 또한 1 제곱센티미터라는 단위를 쓰는 이유를 알기 위해, 같은 모양에 같은 크기의 스티커들이 한 도형 안에 몇 개나 들어가는지 직접 붙이고 세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단순노동에 귀찮아하고 힘들어하길래, "맞아, 이거 너희 힘들라고 하는 거야!" 라고 당당하게 말했더니 "네???????" 라고 진심으로 놀라면서 농담인 줄 알고 웃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실제로 이렇게 기준 물체 하나를 가지고 일일이 개수를 세면서 넓이를 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제곱센티미터라는 단위가 나왔음을 알려주기 위한 활동이었어요. 물론 이것도 나중에 여러 번 말해줬습니다.
<7월 9일 금요일> 1교시 창체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까지 학교폭력으로 분류하는지, 학교폭력이라고 인정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가해자 처분이 이루어지는지, 가해자 처분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실제 변호사들이 구분하는 기준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게 각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기도 하고, 실제 이야기기도 해서 그런지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지루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집중을 잘 해주었습니다. 사회 시간에서는 법의 역할과 법을 준수해야 하는 까닭을 통합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그동안 다른 수업을 하면서도 종종 이야기했기 때문에, 교과서 바깥에 있거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제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불법 웹툰, 영화, 노래 사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놀랐고, 번외로 우리나라의 형량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니 같이 분노해주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렇게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회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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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서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한 주가 끝나버렸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머리를 붙잡는 일도 생겼습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어려운 고비인 4단원을 반복하고 반복했더니... 6단원 진도를 나갈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ㅠㅠ 어제 방과후에 이것을 깨닫고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진도를 맞추려면 시간표에서 수학의 비중을 많이 늘려야 할 텐데,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어떻게든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아이들에게는 공식이 이렇게 된 이유에 집중하며 차시를 융통성있게 통합하거나 분리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수학을 많이 배운다고 불평해도 봐주세요.^^;
언제나 안전하고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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