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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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 WITH THE 1st CLASS OF THE 2nd GRADE
  • 선생님 : 노태영
  • 학생수 : 남 0명 / 여 28명

시험은 필요악인가?

이름 노태영 등록일 20.06.02 조회수 56
시험하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모든 사람이 떠올리는 것은 '긴장'일 것이다. 수많은 시험이 우리 생활에 존재하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느끼는 심정은 모두 다 비슷하다. 두렵고 떨리고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40살이 넘도록 생활하면서 많은 시험을 보았지만 기분 좋게 시험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시험이 쉽든지 어렵든지 모두 마찬가지다.

갑자기 생뚱맞게 시험을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다. 시험은 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위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심적·생활적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집안에 고등학교 3학년생이 있으면 온 가족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진짜 엄청난 스트레스다. 문제는 이런 시험이 거의 일생 동안 우리 삶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도 초등학교 일제고사에서부터, 중간고사, 기말고사, 연합고사, 수능시험, 각종 외국어시험, 취직시험, 진급시험, 자격시험, 여기에 교원평가라는 새로운 시험이 준비되고 있고, 악명이 높은 본고사도 거의 부활하고 있다. 정말 시험도 가지가지다. 이런 시험 중에서 필요한 것도 있지만 불필요한 시험도 실제로 많다. 그렇다면 시험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우리 딸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지금이 기말고사 기간이라 시험 공부하는 것을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주말도 없고 밤도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시험이라는 굴레를 비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런 굴레가 온 가족에게 씌워진다는 것이다.

혹자는 시험을 무시하고 평상심을 갖고 생활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부모된 노릇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시험에 태연하거나 시험에서 무사무욕한 귀족적 취향을 갖기란 깊은 산 중에서 산삼을 캐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하다가 해보다가 안 되면 그때 포기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이기를 포기하고 자식이기를 포기해야 시험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딸아이가 시험을 보는 기간은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시험 공부하는 체제로 들어간다. 평상시에 잘 가지 않던 도서관도 가고 아이가 공부할 때는 옆에서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 된다. 초등학생인 아들도 덩달아 긴장을 한다. 아빠인 나도 자연스럽게 생활의 제약을 받게 된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되는 가족 분위기가 갑자기 다른 가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집이 유난히 극성을 떠는 것도 아니라 것이 더 큰 문제다. 딸아이 친구들과 가정도 거의 비슷하다. 시험기간에만 밀리는 시립도서관을 가보면 실감이 난다.

초등학교에서도 시험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식적인 평가고사가 부활된 이래로 아이들은 문제지와 시험지의 지옥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일제고사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시험은 바로 성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부모는 성적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총괄평가 문제집을 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모두가 시험이라는 엄청난 힘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성적이 대학수학능력고사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선전하는 책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황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시험의 지옥에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한가하게 시립도서관에서 소설책을 읽는 내가 미안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험이 옳든 그르든 말이다. 시험을 거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영역이 우리 사회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험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사실 너무 크다.

우리 나라의 시험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우선 시험보다는 교육이나 학습의 절차와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수업의 과정이나 절차에 관해서 관심은 별로 없고 시험이라는 최종적인 평가에만 관심이 많다. 아니 시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험의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수능시험에서 대규모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적조작이나 부정행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험은 결과보다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그 시험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 까?

나아가 이러한 평가를 이젠 교사에게까지 들이대고 있다. 평가만이 교사가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교사의 교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학생처럼 교사를 평가하여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물론 부적격 교사의 퇴출도 중요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사를 평가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시험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시험을 봐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려해하는 합리적인 사고들이 너무 무시되고 있다.

시험이 가장 손쉬운 줄 세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시험이라는 평가는 일종의 학습의 연장이어야 한다. 학습이 목적이지 시험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시험이라도 과정평가가 되어야한다. 시험기간이 정해지고 그 시험기간에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평상시에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도록 말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이 발표되었다. 이제 고등학교에서는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불 것이다. 서울대가 수능점수는 자격고사화 하고 내신(40%)과 논술(60%)로 전형을 치른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본고사 부활이나 다름이 없다. 아니 또 하나의 시험이 생기는 것이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일생을 좌우하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험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많지 않다. 시험의 결과만으로 인생을 결정하기에는 인간의 사고나 인지능력이 아깝지 않은가?

시험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부터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정례고사에서 1~2점 더 맞았다고 해서 능력이 더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학수능고사에서 10~20점 더 맞았다고 인격이나 지식이 더 많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두 번의 시험에 의해 지식이나 인성이 평가되는 시험은 지양되어야 한다.

전체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바로 교육과정 중의 활동이 평가되는 평가도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해내기 위해 어른들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이 즐겁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시험의 과정이 되도록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험은 시험으로 끝나야 한다. 결과를 위한 시험은 시험의 본래의 기능이 아니다. 시험은 학습과 교육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시험이 교육의 수단이 되고 교육의 과정이 되었을 때 즐겁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시험이 될 수 있다. 능력과 인성, 적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시험 이외도 많다. 아니 그런 평가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에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모두 노력할 때 시험은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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