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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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3반에 숙제가 필요할까?(공개 토론)

이름 *** 등록일 23.11.13 조회수 142

안녕하세요. 4학년 3반 담임 김진솔입니다.

 

9월에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두분 정도의 학부모님께서 숙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셨습니다. 그 동안 고민을 하다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하나 보고 학부모님들과 아이들과 함께 <4학년 3반에 숙제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2달밖에 남지 않은 4학년 생활이지만, 이번 기회에 숙제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한번씩 읽어보시고 

 

<4학년 3반에 숙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본인의 의견(익명입니다)을 적어주세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4학년 3반 학생들을 이번주 안에 토론을 할 예정입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가지 교육미신(2018.09.18)'의 번역한 김승호(세한대 초빙교수)의 글

 

기초와 기본 지식을 교육과정에 따라 전문가인 교사가 책임지고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학교교육(schooling, K-12, pedagogy)은 기본지식을 습득한 후 실생활에서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응용하는 성인들의 학습인 성인교육(adult learning, andragogy)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프로젝트법(1950년대 신교육 시기의 構案法), 자기주도, 창의, 미래역량 등 멋있는 용어들에 현혹되어 학교교육의 성격을 무시한채 화려한 성인교육의 옷을 입히고 있는 혼돈의 학교 현실을 현장의 선생님으로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가가 사라진 나라, 또 유일하게 숙제가 없는 나라인 한국의 학교교육 현실이기도 합니다. 


11월 30일 발표될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입니다.

 

 

김승호 교수님이 인용한 페이스북 <주종호>님의 글입니다. 


학습훈련의 기능을 거의 다 사교육 업계에 빼앗겨버린 지금. 학교는, 특히 초등학교는 가히 이벤트 업체에 가까워보인다. '프로젝트'라는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 활동들이 교육과정을 꽉 채우고 있고 그걸 하지 않으면 구시대의 교육인양 취급 받기도 한다. 


말하자면 구조조정이다. 학교가 공부를 시키든 안 시키든 부모들이 학교 밖에서 빡쎄게 시키는 (선행)학습훈련의 총량을 아이들이 감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터져버릴듯한 사교육 소비가 사회 전반의 상식이 되었기에 학교는 자연스럽게 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교실에서 숙제가 사라졌고, 사교육 과열 지역의 학부모들은 '인성교육을 강화해주세요'라는 명분으로 학교에 학습훈련보다 그 외의 다양한 활동을 주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무수한 활동들로 채워진 교육과정은 한국 초등교육의 메가 트렌드가 되었고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잘 배운다는 믿음 역시 거의 신앙에 가까워져버렸다. 


그 활동들(프로젝트들)이 어른들의 그것처럼 학습한 지식을 각 영역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활용해 뭔가를 이루어내는 것 같은 정교함이 있다면 군말없이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 수준을 감안해서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진짜 필요와 사전/사후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은 채 '우린 이런 활동, 저런 활동도 해봤다'에서 끝난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이도저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당장 아이들이 재미있다 하고 기분은 좋더라도, 애초에 그 프로젝트를 수행할 지식과 태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활동은 부실해지고 그걸로 배우는 것은 매우 적다. 또 프로젝트 여러 개가 워낙 바쁘고 산만하게 돌아가니 지식을 체계적으로 다지며 배울 시간이 없다. 지식과 태도가 부족해 프로젝트를 제대로 못하고, 역으로 프로젝트 때문에 진득하게 지식을 못 배우는 상황. 이도저도 안 되는 현실이란 이런 거다. 우리는 꼭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의 실체를 해부하듯 들여다봐야 한다.


기초, 기본을 표방하는 초등교육에 진짜 필요한 것은 루틴이다. 일정한 습관을 어린 아이 때에 몸에 익히게 하는 루틴 말이다. 아이들이 생활의 습관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가정의 일이라면 학습의 습관을 익히게 돕는 것은 학교의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풍토에서 이게 되지 않으면 학교의 교육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초등학교 때는 마냥 즐겁기만 했는데, 지식교육이 강화되는 중고등학교에 가서 정신없이 휘청거리다 교과학습에 실패한다면 어느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겠나? 속았다고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소화하는 아이들이 되려면 그 기반이 되는 학습 훈련의 과정을 먼저 또는 함께 충실히 해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운동하고 배움의 가치를 이해하고 한 두 시간은 책상 앞에 진득하게 앉을 줄 아는 것들이 다 기초, 기본이다. 공부란 원래 어려운 것이고 이 과정은 확실히 지루하니 중간중간 재미의 요소가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가르칠 때 배움 자체에서 느껴지는 즐거움도 종종 있으니 재미 요소가 지나치게 커져 주객이 바뀌면 곤란하다.


공부(학습훈련)는 학부모가 시키는 거지 우리에게 뭔 그런 것까지 기대하느냐는 생각을 가진 교사도 만나봤다. 아니다. 그건 전문가인 우리가 하는 게 맞다. 학부모가 시키는 거라는 말은 그냥 사교육 가라는 말(=돈 쓰라는 말, 돈 없으면 방법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거다. 우리는 이 일을 하려고 학교에 있다. 본래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이 지루함 겪게 하기를 주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세대가 말초적인 것들에 열광하더라도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이 자란다는 과학적인 사실 자체, 그 상식까지 흔들면 안된다. 오히려 저 멀리 간 아이들을 이리로 다시 끌어올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우리의 할일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우리도 제대로 즐기고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게 없으면 그냥 사상누각이다. 이 나라에 있어 지금이, 곧 닥칠 내리막을 바라보는 정점인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아이들, 정말 잘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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