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2학년 4반 화이팅!-!

  • 선생님 :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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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연구사

이름 이성현 등록일 19.03.10 조회수 45

미래를 위해 오늘의 가치를 남기는 사람들

우리 민족은 기록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이다. 2013년 말 현재 11건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따돌린 첫 번째이고, 세계에서도 다섯 번째로 많은 숫자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의궤, 팔만대장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기록물이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 세월의 때가 묻은 이들 기록물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오늘날 그 가치를 떨치는 데는 ‘기록을 남긴 사람’들의 공헌이 크다. 올바른 역사 기록을 목숨처럼 여겼던 사관의 기록정신이 대대로 내려온 덕분이다.

2014년 6월 현재, 통곡의 바다 진도 팽목항에서도 그런 기록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록학회와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정보공개센터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사고 추모 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이 이번 사고와 관련한 각종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와 관련한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 고인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과 정부가 살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렇듯 미래에 유용하게 쓰일 ‘오늘의 예언’을 만드는 이들이 ‘기록연구사’다.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기록연구사의 ‘판단’을 기다리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서류철.

미래를 위한 오늘의 예언을 만드는 사람

말과 글은 생명체다. 말과 글은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그런 말과 글로 남겨진 기록 역시 생명체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의사의 도움을 받듯이 생명체인 기록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건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록연구사는 기록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는 일종의 가정의()다.

현대는 그야말로 ‘기록의 홍수’ 시대다. 스포츠 경기와 TV시청률은 물론 출퇴근이나 병원치료 등 기록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 중에서는 있으나마나 해서 폐기해도 좋은 것이 있지만, 절대 사라져서는 안될 것도 있다. 사회 또는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공공기록물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이들 기록물은 개인의 관점에서 가치의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드시 보존돼야 하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 기록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수많은 기록 속에서 남길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버리는 사람이 기록연구사다.

기록연구사가 하는 일

기록연구사가 일하는 분야는 크게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에서는 기업사를 정리하거나 기업홍보에 활용할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법무적 분쟁에 대응할 근거를 만드는 데 기록연구사가 한몫 할 수 있다. 시민단체도 기업과 마찬가지다. 특히 투명성이 생명인 시민단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록을 구축하기 위해 기록연구사에 의한 기록 작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과 시민단체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기록연구사가 극히 드물다.

기록연구사들은 현재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각 부서가 행정기록물을 보관하다가 기록관으로 보내주면 보존기간이 도래한 각 기록물을 평가해 폐기, 재책정, 보류 등을 결정한다.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기록물평가심의회에서 기록물의 수명을 최종 결정하지만, 기록연구사의 의견서가 첨부돼야 하기에 이들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기록연구사의 오늘과 내일

기록연구사가 보존상자 속 내용물이 목록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2014년 6월 현재 기록연구사의 직업적 전망을 기상도로 나타내면 ‘구름 잔뜩’이다. 현재 대학원에서 전공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조차 내일을 염려하는 형편이다. 현행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은 기록관을 설치하고 기록관 정원의 4분의 1 이상을 기록연구사로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록연구사를 배치한 공공기관이 적다.

2013년 10월 국감자료에 따르면 기록연구사를 배치해야 하는 기관은 총 830개 기관이지만, 이중 기록연구사가 배치된 기관은 383개(배치율 46%)에 불과했다. 특히 군기관의 경우 124개 대상 기관 중 10개 기관(배치율 8%)만 배치했다. 서울을 비롯해 주요 지방 검찰청과 경찰청, 병무청 등 164개 기관은 기록연구사를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정보’와 ‘기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기관일수록 배치율이 낮다. 이는 기록연구사에 대한 공공의 인식이 그만큼 낮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은 더욱 심하다. 기업에서는 기록연구사를 ‘기록을 남기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기록을 폐기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는 기록연구사를 필요(폐기)할 때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는 일이 많다. 시민단체들 역시 현재는 기록연구사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게 기록연구사 준비생들의 귀띔이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기록연구사의 미래 전망 기상도는 ‘맑음’이다. 국회의원들이 “각급 기관이 기록물 관리에 무관심해 역사·문화적 중요 기록물들이 사라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행정자치부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기록연구사의 필요성을 많은 분야에서 공감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기업에서도 기록연구사의 필요성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팽목항에서 세월호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외국에서는 공공기관은 물론 많은 시민단체와 기업들도 공정하고 투명한 ‘기록’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고 있다”며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수요 인력’보다는 현재 ‘배출 인력’이 적은 만큼 기록연구사의 미래는 밝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이 2014년 5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시민들의 희생자 추모 메모를 기록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록연구사가 되려면

서울시와 여성능력개발원은 최근 ‘7대 직업 트렌드’로 △공공 △여가·보육 △고령·다문화 △환경 △IT △상담·복지 △문화·예술 등을 꼽으면서 ‘여성 유망 베스트 직업 3가지’ 중 하나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기록연구사)’을 소개했다. ‘최근 들어 데이터를 기록·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이 직업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게 선정 이유다. 여기서 ‘여성 유망 직업’은 여성능력개발원이 주최가 된 까닭에 붙은 것이지, 여성에게만 유망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렇듯 미래에 떠오르는 직종인 기록연구사가 되려면 기록관리학 등 관련 분야를 전공(석사 이상)하거나 2013년부터 시행된 기록물관리 자격시험(기록관리학·역사학·문헌정보학 학사 이상을 취득하고 안전행정부령이 정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자격이 주어짐)에 합격해야 한다. 석사 과정은 현재 명지대학교가 연 20여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10명 남짓한 한국외국어대와 이화여대·한남대·전북대·중앙대·서울대 등이 10명 미만의 소수 석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기록연구사의 급여는 공공기관의 경우 일반직 공무원 6~7급 수준으로 시작한다. 지자체 재량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록연구사가 승진해 기록연구관이 되면 급도 당연히 올라간다.

기록연구사 최다 배출 대학인 명지대의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김익한·이해영·이승휘 교수(왼쪽부터)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3학기를 다니고 있는 이혜원씨(26)는 “한순간도 쉼 없이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기록 중에는 남겨야 할 것과 버릴 것이 있는데, 생산자 입장이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조율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가 기록연구사다”라며 “현재 국내에는 기록연구사가 200명 정도밖에 없어 기록연구사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기록의 특성상 차분하고 꼼꼼한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다른 부서의 일을 잘 알아야 남기고 버릴 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사교적인 면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록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명감이다”고 덧붙였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기록이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늘 현재에서 가치를 띠고 있기 때문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에 가치를 더하는 이들이 기록연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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