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 진코어 대표 "차세대 유전자가위로 망막 유전병 치료제 개발"
진코어가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로 안과 유전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김용삼 진코어 대표(사진)는 9일 “기존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카스9보다 진일보한 크리스퍼 카스12f를 활용해 안과 유전병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했다. 크리스퍼 카스12f는 기존 유전자가위보다 효율을 높이고 표적화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진코어가 확보한 후보물질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LCA10 치료제다. CEP290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실명까지 초래하는 망막질환으로 현재 치료제가 없다. 진코어는 한 번의 망막하 주사로 CEP290 변이를 잘라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질환 동물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곧 대형병원 안과전문의들과 협업해 동물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진코어는 청각과 시각에 모두 손상을 주는 유전질환 어셔증후군 치료 후보물질도 보유하고 있다. 한 번의 투여로 문제가 되는 USH2A 유전자 변이를 잘라내 영구적인 효능을 내도록 개발 중이다.

크리스퍼 카스12f는 크기가 기존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카스9의 절반 수준이다. 일명 초소형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배경이다. 유전자가위는 지질나노입자(LNP),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등 약물전달체가 필수적이다. LNP는 특정 장기로 가도록 만들 수 없다. 반면 AAV는 수십 종류가 있으며, 원하는 장기로 표적이 가능하다.

크기가 큰 크리스퍼 카스9은 AAV를 약물전달체로 사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LNP를 적용하고 있다. 초소형 유전자가위는 모든 종류의 AAV를 적용할 수 있지만, 효율이 낮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엔지니어링 작업을 거쳐 크리스퍼 카스12f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김유림 기자/사진=이솔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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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지도 제작 20년만에 ‘범유전체 참조지도’ 초안 완성”

美 연구팀 "47명 게놈 정밀 분석·종합…개인 게놈정보 분석에 표준 역할"

한 사람의 게놈(유전체)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 첫 인간 게놈 지도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유전적으로 다양한 47명의 게놈을 분석, 더욱 정확하고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 정보를 담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human pangenome reference) 초안이 완성됐다.

미국 국립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11일 호모 사피엔스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DNA 염기서열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해온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의 첫 번째 초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게놈 연구'(Genome Research),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등에 논문으로 공개됐다.

NHGRI는 보도자료에서 완성된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에는 다양한 조상 배경을 가진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이 들어 있다며 한 사람은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초안에는 염색체 94개에 들어 있는 DNA 염기서열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NHGRI는 2024년까지 게놈 분석 대상으로 더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확대해 분석 인원을 350명까지 늘림으로써 인간 범유전체에 염색체 700개의 게놈 염기서열을 담을 계획이다.

에릭 그린 NHGRI 소장은 “유전체학을 사용하는 기초 연구자와 임상의는 세계 인구의 다양성이 반영된 염기서열 참조 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건강 불평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한국인 1만 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종화 교수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는 1990년 후반 시작된 인간 게놈 지도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각 개인의 게놈 지도를 범유전체 참조 지도와 비교하면 개별 변이의 질병 연관성 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은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DNA의 총집합체로 개체마다 게놈 염기서열은 조금씩 다르며 인간의 경우 두 사람의 게놈은 평균 99% 이상 동일하다. 1%가 안 되는 작은 차이가 개인의 고유 특성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건강 관련 정보나 질병 진단 및 치료 결과 예측 등 단서도 얻을 수 있다.

개인의 게놈 염기서열 속에 들어 있는 이런 유전 정보를 파악하려면 비교할 표준이 필요하다. 이때 표준 역할을 하는 게 ‘게놈 참조 지도’이다. 지금까지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2001년과 2003년 공동으로 초안과 완성본을 공개한 ‘단일 게놈 참조 지도’가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년 전 만들어진 이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그동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류가 수정되고 새 내용이 추가됐지만, 염기서열 분석 대상이 약 20명이었고 그중 한 사람의 게놈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해 인간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동 연구자인 NGHRI 애덤 필리피 박사는 “모든 사람은 고유한 게놈을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단일 게놈 참조 지도를 사용하면 게놈 분석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사람이 가진 게놈이 게놈 참조 지도와 더 많이 다를 경우 이를 토대로 한 유전질환 예측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반복적이고 기존 기술로는 판독하기 어려운 게놈 영역의 일부 정보가 누락돼 있는 등 공백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은 이번 연구에서 완성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과 이 참조 지도를 활용해 새로이 밝혀낸 연구 결과를 3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20년 전 ‘정크DNA’로 남겨졌던 게놈 영역 8%까지 모두 해독한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 컨소시엄의 지난해 연구 결과까지 반영해 1억1천900만개의 염기쌍과 1천115개의 유전자 중복을 새로이 찾아내 기존 단일 게놈 지도(GRCh38)에 추가했다.

그 결과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의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구조변이(structual variant) 수가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 인간 게놈 내 유전적 다양성이 더 완전하게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에서 염기 서열 하나만 바뀌는 단일 염기 변이(SNV) 뿐 아니라 구조 변이까지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알려지지 않은 질병 발견이나 질병 진단, 치료 연구 등도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의 아리아 마사랏·멜리사 짐렉 교수는 네이처에 연구 논문과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완성은 중요한 발전이지만 남은 과제들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신체적, 임상적 특성 관련 변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박종화 교수는 “한국에서도 한국인 1만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데 이어 100만명 게놈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려면 미국 연구팀이 만든 것과 같은 수준 높은 ‘한국인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