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기자의 오늘의 이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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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은우 | 등록일 | 23.10.24 | 조회수 | 24 |
남극 해빙 손실로 새끼 황제펭귄 수천 마리 떼죽음
지난해 번식지인 남극 해빙(바다 얼음)이 급격히 유실되며 무려 최대 1만 마리에 달하는 새끼 황제펭귄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관측됐다. 해빙이 너무 일찍 녹아버린 탓에 새끼 펭귄들이 솜털을 벗고 방수 기능이 있는 성체 깃털을 갖추기도 전에 익사하거나 동사한 것으로 보인다. 남극 반도 서쪽 부분에 자리한 벨링스하우젠해 근처에서 발생한 이 끔찍한 사건은 위성 사진으로 포착됐다. 영국 ‘남극조사국(BAS)’ 소속 피터 프렛웰 박사는 이번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해빙이 점점 사라지면서 2100년대 말이면 황제펭귄 군락의 약 90%가 번식에 실패해 사실상 멸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렛웰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황제펭귄의 번식 주기는 해빙에 의존한다”면서 “해빙이 안정적으로 두꺼운 시기에 새끼를 낳아 기른다. 그러나 해빙의 면적이 줄어들거나 생각보다 더 빨리 유실되면 새끼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론 희망은 있죠.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출량 감축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이 인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새를 멸종으로 내모는 셈입니다.” 프렛웰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 지구 & 환경’지에 이번 새끼 황제펭귄 떼죽음 사건을 보고했다. 이들 과학자들은이 조사한 황제펭귄의 서식지는 로스차일드섬, 베르디만, 스마일리섬, 브라이언트반도, 프로그너 포인트 등 벨링스하우젠해 근처의 5곳이다. 갈색의 구아노(펭귄 배설물)는 우주에서도 관측되는데, 프렛웰 박사팀은 유럽연합(EU)의 관측 위성인 ‘센티넬-2’로 흰 얼음 위에 남겨진 구아노를 포착해 이들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바다에 머물던 성체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이 다가오는 3월경이 되면 번식지인 해빙으로 상륙한다. 이후 구애와 교미 과정을 거쳐 알을 낳고 품으며 새끼를 기다린다. 새끼가 태어나면 부리에서 부리로 직접 먹이를 전해주는 등 새끼가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둥지에서 기른다. 새끼들은 12월부터 다음해 1월이 돼야 방수 깃털을 갖추고 바다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연구진의 관찰 결과 새끼 펭귄 수천 마리가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데 필수적인 방수 깃털을 미처 갖추기도 전인 11월 무렵 이들이 살던 해빙이 유실됐다. 그 결과 가장 북쪽 부근인 로스차일드섬에서만 겨우 성공했을 뿐 관찰 대상이 된 군락 5곳 중 4곳이 완전히 번식에 실패했다. 여름 기준 남극의 해빙 면적은 2016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남극 전체의 빙붕 또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2021/22년과 2022/23년 여름엔 벨링스하우젠해 부근에 거의 얼음이 얼지 않는 수준으로 매우 심각했다. 게다가 최근 몇 달간 부빙(바다에 떠다니는 얼음덩어리) 형성이 느려지면서 이들 황제펭귄 군락은 앞으로 최소 1년간 번식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통 9월이면 겨울 남극 해빙 면적이 최대로 늘어나지만, 올해엔 이조차도 정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못 미칠 예정이다. 프렛웰 박사 연구진은 황제펭귄들이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영향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2022년 기준 알려진 황제펭귄 군락 60여 곳 중 약 3분의 1이 해빙의 늦은 생성, 해빙의 빠른 유실 등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구 저 반대편인 북극의 해빙은 이미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조적으로 남극의 해빙은 굳건해 보였다. 심지어 2016년 전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약간 더 넓어지는 추세였다. BAS 소속으로 남극 해빙 전문가인 캐롤라인 홈즈 박사는 남극 해빙의 유실 원인으로 따뜻한 해수와 특정한 바람 패턴을 지목했다. 남극 주변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하며, 특히 벨링스하우젠해 지역에선 특정한 바람 패턴으로 인해 얼음이 해안 쪽으로 밀려나 퍼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홈즈 박사는 주목할만한 속도임을 강조했다. 홈즈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관찰되는 (남극의) 상황은 우리가 이전에 관찰했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났다”면서 “변하리라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 급격히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극 관련 연구에 따르면 만약 어떻게든 기후 온난화 추세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북극 해빙 면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합니다. 남극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극 주변의 기온이 충분히 내려간다면 해빙 또한 다시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멸종 위기 동물을 분류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황제펭귄은 “거의 위협받는(준위협)” 생물종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이 커지면서 더 심각한 단계인 “취약”종으로 상향 분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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