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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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선생님 : 이성현
  • 학생수 : 남 34명 / 여 0명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이름 윤승훈 등록일 18.04.02 조회수 2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각 개체들끼리의 유대를 통해 수많은 위협에도 힘을 합쳐 생존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듯, 인간이라는 종을 존속시켜준 유대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공감이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과정 속에서 인류는 공감에 능하게 되었다. 자연 선택이 만들어 낸 인간의 이러한 공감 진화 기제는 현대 인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제는 씨앗에 불과하다. , 인간이 공감능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할 뿐이다. 우리는 이 씨앗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 타인을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과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노인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흑백의 진영논리를 펼치며 다른 색깔을 마음속에 품지 못하는 네티즌들도 찾을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한 타인에 대한 경험의 부족에 기인한다. 나 또한 이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바, 책을 통해 지평선을 넘어서고자 하고 이 책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의 커버 속 수채의 꽃잎과 민트의 색채처럼 향기롭고 싱그러운 책이다.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나, 남다른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글은 어둠속에서도 향을 발하는 매화 같았다. 새삼 유한준의 문장인 사랑 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가 떠올랐다. 자연의 것들을 보는 것 뿐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듣는 작가의 글에서는 사랑이 느껴졌다. 릴케가 로댕에게 배우고자 한 바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두 번째 장인 창가의 연두에 주목해본다. 나는 녹색계열을 참 좋아한다. 옷도 초록색이 많고, 이 책의 민트색에 끌렸으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독서실의 조명에도 연두색이 가미되어 있다. 칠판의 진초록만 아니라면 초록은 늘 나에게 위안을 준다. 그래서 나는 종종 초록이 결핍된 거리를 보며 답답해하곤 했다. 작가 또한 초록을 선호하며 도시의 거리에 답답해한다. 하지만 이에 더 나아가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내 안의 연두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날숨을 따라 밖으로 나와 방 안을 연둣빛으로 바꾼다.’ 내가 무녹(無綠)의 거리를 탓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 안의 연두가 죽어있던 것이다. 그저 입시와 억지스러운 인간관계에 내 마음의 토양이 척박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산성화된 땅에 비애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첫걸음은 그 결여가 존재함을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힘들더라도 곧 내 마음에 연두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의 감정이 들었다. 작가는 모든 처음은 연두라 했다. 이 책은 나에게 연두가 되었다.

다음으로 가을 난향이다. 나의 어머니는 전주가 타향이시다. 연고 없는 타향살이로 적적하신 마음을 어머니는 식물, 특히 난에 두신다. 물론 나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꽃이 피면 피는구나...’ 꽃이 지면 지는구나...’하고 난초의 결실을 무시했다. 작가는 이에 일침을 날린다. ‘향기는 꽃의 언어이다. 난은 꽃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고, 향기로 다른 것에게 말을 걸어온다.’ 친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의 사라지지 않는 노란색 1을 보며 마음 졸이던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난은 다년간 그 1자를 보고 있던 것이다. 작가는 또한 이런 말을 한다. ‘난은 눈여겨보는 이 없어도 모든 것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눈에 띄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평범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있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읽고 책 커버의 그대가 아름답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기쁜지 당신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내 주위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아름다움의 과정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회색에 떨어지는 검은 한 방울과 순백색에 떨어지는 검은 한 방울의 의미적 차이는 엄청나지 않은가. 내 주위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그 자신은 인지했든 못했든 부단한 노력을 했음이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명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눈앞의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뒤에는 그들의 노력이 있으며 이 때문에 나는 그들의 존재에도 감사해야 함을 알았다.

나는 작가처럼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다. 오프로드를 지날 때 밟힐 수 있는 생명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박애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신장된 것은 아닐까. 이번 책도 나에게 거름을 준 것 같다. 인맥이 넓지 않은 집돌이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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