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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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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22(20240409)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4.09 조회수 14
첨부파일

제나온 스물두 번째 편지, 202449, 화요일에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가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산사나무는 직박구리에게 편지를 씁니다. 봄에는 하얀 꽃이며 붉은 꽃밥으로, 여름엔 초록의 잎으로, 가을엔 홍보석처럼 빨간 열매로, 그리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로 편지를 낭송하며 그리운 직박구리를 끝임 없이 불러냅니다. 바람이 우편배달부가 되어 전해주는 섬세하고 부드럽고 눈부신 산사나무에 쓰인 편지를 읽는 직박구리는 땅에 앉을 틈도 없이 초하루의 봄 편지를, 오월의 꽃 편지를, 때로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글씨가 되어 다박다박 매달린 산사나무의 겨울 편지를 날카로운 부리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며 마냥 행복합니다. 잠시 곁을 떠났다가도 그리움이 사무치고 사랑이 출렁거려 어느새 가지에 앉아 서글픈 마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들을 하나씩 하나씩 집어 삼킵니다. 해님이 새겨주는 한 구절, 달님이 들려주는 한 구절, 밤하늘의 별이 속삭여주는 한 구절 한 구절을 빠뜨리지 않는 산사나무 손길은 마냥 떨리기만 합니다. 살아 있어 누군가에게 편지가 될 수 있다는 게 눈물이 납니다. ‘사랑의 옛말은 고임입니다. 베개를 괴고 머릿속에 누군가를 괴게 만들면 고임이 시작됩니다. 물이 고이듯, 생각이 고이듯 누군가를 내 마음속에 가만히 머무르게 가둬두면 사랑이 시작되는 거죠. 물을 가두면 물의 사랑이 시작되어 가슴이 출렁이고, 불을 가두면 불의 사랑이 시작되어 두 눈이 불타오르고, 바람을 가두면 바람의 사랑이 시작되어 바람의 말인 오색 타르초의 경전이 초원에서, 황무지에서, 눈 덮인 에베레스트 설산에서 깃발의 아우성으로 펄럭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은 누군가의 갇힌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타투를 새기듯 아픈 가슴에 사랑의 편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점자처럼 찍어 누르는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편지를 쓰는 가슴엔 저수지에 물이 고이듯 마음의 발전소가 가동합니다. 아픔이 차곡차곡 쌓이고, 상처의 눈물이 강물로 출렁출렁 가슴으로 흘러들어 거대한 댐이 이루어집니다. 떨어지면서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되고, 부서지면서 환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되어 어둠을 물리치며 세상을 눈부시게 만드는 발전소가 됩니다. 오늘도 신바람의 풍력발전소로, 상처를 사랑의 편지로 낭송하는 제나온 친구들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제나온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 피드백을 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피드백 내용에 따라서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합니다. 또한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나 전화로 노크해 주시면 즉시 활짝 문을 열어 환대하겠습니다!

 

오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3학년 윤경 친구가 보내준 시입니다. 제나온 친구들을 위해서 시를 보내준 윤경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드립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생활안전부로 선물을 받으러 오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벚꽃 아래서 찍은 사진을 보내준 3학년 정희 친구에게도 선물을 드립니다. 점심시간에 생활안전부로 오세요.

 

* 이 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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