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잡으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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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태윤 | 등록일 | 21.01.02 | 조회수 | 80 |
? 공 잡으러 가요 "하원아, 아빠랑 산에 갈까?" "싫어요! 집에서 놀 거예요." "그러지 말고 엄마 아빠랑 같이 가자." "싫어요! 산을 오르는 건 힘들잖아요. 저는 편하게 집에서 또롱이랑 공놀이 할래요." 나는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또롱이랑 노는 게 더 좋아요. 그래서 우리는 주로 방 안에서 공놀이를 하면서 놀지요. 내가 공을 또르르 굴리면, 또롱이도 나처럼 공을 또르르. 또롱이는 내가 하자는 건 뭐든지 다 해줘요. 그런데 계속 공을 굴리기만 하니까 지루해졌어요. "또롱아, 우리 공차기 하자." 나는 또롱이와 함께 마당으로 나갔어요. 내가 공을 뻥, 또롱이가 공을 뻥! 내가 다시 공을 뻥, 또롱이도 다시 뻥! 내가 다시 한 번 공을 뻥! 또롱이가 다시 한 번 공을 뻥! 어어, 너무 세게 차서 공이 저 멀리 날아갔어요. 공은 통 통 통 튀더니, 연못에 풍덩 빠져 버렸죠. "공아, 거기 서!" 나는 공을 잡으러 달려갔어요. "앗!" 그런데 그만 미끄러져 연못에 풍덩 빠져 버렸어요. 보글보글 퐁퐁, 보글보글 퐁퐁. 한없이 물속으로 빠져드는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어요.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어요. "우아, 하늘이다!" 눈앞에 새파란 하늘이 펼쳐졌어요. "이런! 하원아, 이러다 쿵 떨어지겠어!"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또롱이었어요. "또롱아, 네가 말한 거야? 너 말할 줄 알아?"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냐. 일단 이 상황부터 해결해 보자고." 또롱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목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풀었어요. "자, 어서 망토 끝을 잡아!" 부웅. 망토를 잡고 펼치자, 우리는 마치 낙하산을 타듯 둥실둥실 떠서 천천히 하늘을 내려갈 수 있었어요. "우아, 우리가 하늘을 난다!" 나와 또롱이는 마주보고 큰 소리로 웃었어요. "몽실몽실 구름이 정말 멋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했어요. 그때 또롱이가 산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하원아, 공이 저쪽 산으로 간다. 우리도 산으로 가자!" 우리는 구름 위를 폭신폭신 딛고서 산꼭대기에 살포시 내려섰어요. 공은 또르르르 산등성이를 타고 굴러갔어요. "또롱아, 공이 저기 굴러가고 있어! 공을 어떻게 따라잡지? 썰매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썰매로 탈 만한 것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러자 또롱이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거예요. "걱정 마! 나만 믿어." 또롱이는 빙그르르 공중에서 빠르게 한 바퀴를 돌았어요. "우아, 또롱아! 너 지금 썰매로 변한 거야?" 나는 또롱이의 새로운 모습에 두 눈이 동그래졌어요. "하원아, 뭐 해? 얼른 공을 따라가야지!" 나는 또롱이 썰매에 올라탔어요. 또롱이 썰매는 산등성이를 쌩쌩 미끄러져 내려갔어요. 눈 덮인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커다란 바위를 부웅 뛰어올라 공을 쫓아갔지요. "공아, 거기 서! 또롱이 썰매 나가신다!" 나는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외쳤어요. 빠른 속도로 구르던 공은 계곡물에 퐁당 떨어졌어요. "어쩌지? 공을 따라 가라면 배가 필요한데." 내가 걱정스레 말하자, 다시 또롱이가 나섰어요. "걱정 마! 너먼 믿어." 또롱이는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더니 이번에는 배로 변신했어요. 나는 얼른 또롱이 배에 올라타 공을 쫓아갔어요. 공은 저 앞에 살랑살랑 흘러가고 있었어요. "또롱아, 공이 저 앞에 있어. 조금만 힘을 내." 나는 또롱이에게 소리쳤어요. 공을 거의 따라잡은 순간, 물살을 따라 흘러가던 공이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졌어요. 바다로 이어진 기다란 폭포가 나타난 거예요. "으악, 폭포다!" 멈출 새도 없이, 뒤따르던 나와 또롱이 배도 폭포 아래 바다로 떨어졌어요. 어푸푸, 어푸푸! 나는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어 손과 발을 바둥거리며 허우적댔어요. "하원아, 조금만 참아!" 또롱이는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더니 잠수함으로 변신했어요. 나는 얼른 또롱이 잠수함에 올라탔어요. 바닷속은 형형색색 산호와 알록달록 물고기로 아름다웠어요. 나는 구경하느라 공을 찾을 생각도 잊어버렷죠. "하원아, 저기 공!" 또롱이의 말에 정신을 차려 보니 물고기 떼가 공을 몰고 가고 있었어요. 나는 문을 열고 공을 잡으러 손을 뻗었어요. 그런데 공이 손에 닿은 순간, 물고기 떼가 나를 향해 몰려들었어요. "안 돼, 오지 마!" 나는 그만 또롱이 잠수함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으아아악!" 나는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런데 가라앉은 느낌이 들지 않아 살며시 눌을 떠 보았어요. 나는 연못에 빠져 온몸이 홀딱 젖은 채 한 손엔 공을 한 손엔 또롱이를 들고 있었죠. 그때 엄마가 창문에서 내다보며 소리쳤어요. "하원아, 산에 진짜 안 갈래?" "산에 갈래요! 또롱이랑 같이 갈래요!" 나는 힘차게 말하며 뛰어갔어요. 또롱이와 함께라면 왠지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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