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초등학교 로고이미지

숫돌메 도서관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엄마, 비밀인데요!
작성자 이태윤 등록일 20.12.31 조회수 86

?                        엄마, 비밀인데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에요.

  엄마는 바빠서, 평소에는 늘 할머니가 유치원에 오는데

오늘은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거든요.

  "우아, 엄마다!"

  "우리 재범이, 오늘 하루 잘 보냈니?"

  엄마가 두 팔을 벌려 꼬옥 안아 주어요.

  나는 기분이 좋아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니까 엄마에게 비밀을 말해 줄 거예요.

  "엄마, 비밀인데요! 우리 유치원에는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초코초코 연못이 있어요.

  "이 모래 놀이터 말이니?"

  "아이참, 모래 놀이터가 아니에요.

  비가 오는 날에는 초코초코 연못으로 변한다고요.

  이건 지구 영웅들만 아는 비밀이에요."

  "우리 재범이가 지구 영웅이었구나.

  엄마는 몰랐는걸?"

  후유, 예상대로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요.

  역시 내가 지구 영웅이라는 걸 말할 때가 된 거예요.

  "초코초코 연못의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은

  지구 영웅이라면 꼭 먹어야 하는 거라고요.

  그렇지만 그냥 먹을 수는 없어요.

  지구 영웅들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초코초코 연못에 초콜릿 가루를 솔솔 뿌려 넣고,

  연못가 나뭇잎을 버석버석 흩뿌려 휘휘 저어요.

  초키초키 얌, 초키초키 얌!

  마지막으로 주문을 외우면

  연못의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아이스크림이 돼요!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지구 영웅이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 재범이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지구 영웅이 되었니?"

  "당연하죠! 벌써 열 번도 넘게 먹었는 걸요!"

  엄마가 웃는 걸 보니 내가 지구 영웅인 게 자랑스러운 모양이에요.

  엄마가 좋아하니까 내 어깨가 으쓱해져요.

  지구 영웅에 대해 좀 더 말해 주어야겠어요.

  "엄마, 비밀인데요!

  우리 지구 영웅들은 놀이터의 그네를 타고 우주로 날아가요."

  "어머, 그럼 놀이터 그네는 지구 영웅들의 비밀 출동 장소구나?"

  "맞아요. 그런데 그네를 탈 때는 아주 높게

  다리를 힘차게 구르면서 타야 해요.

  그네가 흔들흔들, 휘청휘청할 정도로 높이높이 타면

  빙그빙글, 뱅글뱅글 돌아요.

  그네를 높이 탄다고 아무나 우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초코초코 연못의 아이스크림을 먹은 지구 영웅들만 가능해요.

  그네는 그냥 코흘리개 아이는 우주로 보내 주지 않아요."

  "호호, 그럼 지구 영웅들은 우주에 가서 뭘 하니?"

  엄마는 지구 영웅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가 봐요.

  "먼저 태양에 가서 힘을 충전해요.

  활활 타는 태양에 두 발로 서 있으면,

  뜨거운 태양의 힘이 쭉쭉 몸 안으로 들어와요.

  그런데 엄마도 알다시피 태양은 많이 덥잖아요?

  그래서 충전이 끝나면 달로 더위를 식히러 가요.

  달에 누워 땀을 식히다 보면, 지구 영웅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바로 그때 곧장 지구로 다시 날아오는 거예요."

  "우리 재범이가 지구를 구하는 거였구나.

  어떻게 지구를 구하는지 엄마한테 자세히 말해 줄래?"

  "엄마, 지구 영웅이 지구를 구하는 일은 비밀이에요.

  하지만 저기서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시면

  더 많은 비밀을 말할게요!"

  지구 영웅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거든요.

  "낮잠만 잘 것 같은 저 고양이는

  사실 지구 영웅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단짝이에요.

  저 고양이를 타야 지구 여러 곳으로 날아갈 수 있거든요."

  내가 시장의 과일 가게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하자

엄마는 못 믿겠다는 눈치예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사실인걸요.

  "지구 영웅이 태양 에너지를 충전하러 다녀오는 동안

  저 고양이가 하늘로 올라와 기다리고 있어요.

  참, 고양이 이름은 헨리예요!"

  "헨리는 평소에는 시장 구석에서 자는 척만 하지만

  지구 영웅이 부르면 언제든 나타나죠.

  헨리는 정말 빨라서 순식간에 휙휙 다닐 수 있어요!

  지구 영웅은 위험에 빠진 아이들과 어른들을 도와줘요.

  뭐 사실, 아이들보단 어른들을 더 많이 도와요.

  무서운 일은 아이들 말고 어른들한테 더 많이 일어나잖아요?

  지구 영웅은 아무리 무서운 어른이라고 다 무찌를 수 있어요!

  정말 대단하죠? 그렇죠?"

  "우리 재범이, 정말 대단하구나! 고양이 헨리도 장하고."

  엄마는 내가 자랑스러운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엄마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하다가 문득 걱정이 되었어요.

  "엄마! 지구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비밀이에요.

  또 고양이 헨리가 지구 영웅이랑 같이 출동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곤란해요."

  나의 속삭임에 엄마는 손가락을 걸고

나의 비밀을 지켜 주기로 약속했어요.

  역시, 엄마에게 특별히 비밀을 말한 보람이 있어요.

  지구 영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어요.

  나는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놓지 않고 말했어요.

  "엄마, 오늘 엄마가 데리러 와서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또 지구 영웅 비밀을 말해 줄게요!"

  "그게 뭔데? 정말 궁금한걸?"

  엄마는 지금 말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건 안 돼요.

  지구 영웅에게는 엄청난 비밀들이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아 있거든요.

 

이전글 검은 악어, 치오
다음글 레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