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여자고등학교 로고이미지

귀공주 체험수기방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이곳은 원광여고 귀공주들이 ‘나를 맑히고 세상을 밝히는 인성교육 유·무념 대조체크’를 통하여 자신의 생활이 변화된 내용을 기재하는 공간입니다.

3325 정아현
작성자 정아현 등록일 16.10.31 조회수 261
 누군가 내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끈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끝내 본 적이 없었다. 새 문제집을 사도, 새로운 노트를 사도 완전한 끝을 본 적은 없었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일종의 습관일지도 몰랐다. 처음엔 지나칠 만큼이나 열의가 넘치지만, 얼마 못 가 그것들은 모두 식어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작심삼일'이었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가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으니까. 귀공주를 끝까지 해내지 않아도, 문제집을 끝까지 풀지 않아도. 심지어 심했을 땐 몇 십만원 짜리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서 한 번도 듣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오고 나서였다. 그 때 나는 고3이 된 기념으로, 사실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과목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를 원했고, 어머니께 내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답은 '어차피 금방 안 듣고 포기해버릴 거, 돈 아깝게 왜 들으려 그래?'였다. 그건 비단 어머니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오빠도,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어쩌면 아버지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늘 응원을 해줄 것만 같았던 가족의 냉랭한 반응은 내게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에는 화가 나기도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 울기까지 했던 것 같다. 결국 오랜 상의 끝에 수학 인강만 수강하기로 결정했지만, 어머니는 그것조차도 탐탁치 않아 하셨다.
 무언가, 신뢰가 깨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대체 지금까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족마저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그런.
 그러고 보면 내 수학 성적도 끈기에 비례하는 것 같았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얼마 못 가 포기해버리고,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곧바로 책을 덮어 버리니 성적이 도저히 오를 라야 오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나는 종종 이에 대해 고민해 보고는 했다. 이미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은 '작심삼일이라면 사흘 째 되는 날, 어쩌면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하자'였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귀공주가 내게 은근히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맨 처음, '맑은 마음' 구간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제를 돌아보고, 다시 새롭게 다짐을 하고. 대조표 옆에 있는 '나에게 한 마디'란도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은 내가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귀공주든, 무엇이든 간에.
이전글 2222 이수아
다음글 2409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