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5 정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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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아현 | 등록일 | 16.10.31 | 조회수 | 261 |
누군가 내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끈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끝내 본 적이 없었다. 새 문제집을 사도, 새로운 노트를 사도 완전한 끝을 본 적은 없었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일종의 습관일지도 몰랐다. 처음엔 지나칠 만큼이나 열의가 넘치지만, 얼마 못 가 그것들은 모두 식어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작심삼일'이었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가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으니까. 귀공주를 끝까지 해내지 않아도, 문제집을 끝까지 풀지 않아도. 심지어 심했을 땐 몇 십만원 짜리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서 한 번도 듣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오고 나서였다. 그 때 나는 고3이 된 기념으로, 사실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과목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를 원했고, 어머니께 내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답은 '어차피 금방 안 듣고 포기해버릴 거, 돈 아깝게 왜 들으려 그래?'였다. 그건 비단 어머니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오빠도,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어쩌면 아버지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늘 응원을 해줄 것만 같았던 가족의 냉랭한 반응은 내게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에는 화가 나기도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 울기까지 했던 것 같다. 결국 오랜 상의 끝에 수학 인강만 수강하기로 결정했지만, 어머니는 그것조차도 탐탁치 않아 하셨다. 무언가, 신뢰가 깨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대체 지금까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족마저 내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그런. 그러고 보면 내 수학 성적도 끈기에 비례하는 것 같았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얼마 못 가 포기해버리고,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곧바로 책을 덮어 버리니 성적이 도저히 오를 라야 오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나는 종종 이에 대해 고민해 보고는 했다. 이미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은 '작심삼일이라면 사흘 째 되는 날, 어쩌면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하자'였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귀공주가 내게 은근히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맨 처음, '맑은 마음' 구간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제를 돌아보고, 다시 새롭게 다짐을 하고. 대조표 옆에 있는 '나에게 한 마디'란도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은 내가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귀공주든, 무엇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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