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초등학교 로고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성장기 아이, 고기 안 먹여도 될까요?
작성자 안은경 등록일 12.04.10 조회수 352
채식이 저신장·빈혈 일으킨다고 하는데
성장기인 우리 아이들에게 고기를 안 먹여도 될까요?
[답변] 안은경 2012.06.28 14:37
채식이 저신장·빈혈 일으킨다? "오해"
영양소 흡수 더 잘되고 면역력 높여줘, 부모가 제대로 알아야 '균형 식단' 짜

40세 이상 성인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성인병'은 조만간 이름이 바뀔지도 모른다. 최근 5년간 성인병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만 20세 미만 청소년이 15만 명을 넘어섰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서울시 지정 '아토피 안심학교'에 다닌 만 0~12세 어린이 4만597명 가운데 알레르기성 비염 또는 아토피 피부염, 천식으로 고통받는 학생은 각각 37.1%, 20.5%, 7.6%에 달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채식 열풍'이 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성장기 자녀에게 채식을 권하기란 쉽지 않다.

채식주의자가 푸성귀만 먹는 건 아니다. 한국채식연합 홈페이지(vege.or.kr)에는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스테이크, 피자 등 4700여 가지 요리법이 올라와 있다. 사진은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고 만든 ‘베지버그’.

◇"붉은 고기는 성인병의 원인"

채식만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 찬반이 엇갈린다. 특히 한창 성장할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피가 잘 돌게 해주는 철분, 칼슘 등 무기질이나 비타민 B12가 동물성 식품에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식을 적극 찬성하는 이들은 채식만으로도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광호 안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채식과 저신장·빈혈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에서 채식을 엄격히 지키는 안식교회 신자들의 자녀와 일반 청소년들의 신장을 조사한 연구가 있어요. 별 차이가 없었답니다. 오히려 철분이 많다고 알려진 붉은 고기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성인병을 일으키죠." 그는 "채식을 하면 칼로리당 영양소 비율이 높아 흡수가 잘 되며, 면역력을 높이는 항산화물질이 많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분은 브로콜리, 케일 등 짙은 녹색 채소류나 콩류, 견과류로, 비타민 B12는 청국장, 된장, 시금치 등으로 섭취할 수 있다.

20여 년 전부터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정인권 새아침연합내과 원장은 두 딸을 채식주의자로 키웠다. 비건(vegan·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 섭취를 거부하는 완전채식인)인 스물여섯 살 큰딸은 167㎝, 페스토(pesto·육류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은 먹는 생선채식인)인 고등학교 1학년 막내딸은 162㎝로, 모두 평균 이상으로 자랐다. 헤모글로빈 수치도 정상. 정 원장은 자녀들에게 우유도 금지시켰다. "우유는 완전식품이 아니라 액체로 된 고기예요. 대량 생산 시스템 탓에 호르몬제나 항생제 등 불순물이 많이 들어가고,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뿐이죠."

◇부모부터 '목숨 걸고 공부하라'

아이에게 채식을 시킬 결심을 했다면 부모는 이를 악물고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두 딸을 뱃속부터 비건으로 키운 이영선 목인치과 원장은 "부모가 공부 없이 채식을 시작해 갈팡질팡하게 되면 아이는 더 힘들어진다"고 충고했다. "대화를 많이 나누며 아이 스스로 채식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했지만, 어느 날 열다섯 살 맏딸이 '혼자 도시락 먹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채식은 어려운 일이에요."

채식이 무엇인지 아직 이해하기 힘든 영·유아 자녀에게는 다양한 채식 요리를 선보여 아이들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는 게 좋다. 어린이집에서 육류와 가공식품 맛을 본 다섯 살 아들이 집에서도 고기 반찬을 해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고민이 많았던 비건 신명희(34·가명)씨는 잎채소와 당도 높은 과일을 갈아 만든 '그린 스무디'로 고비를 넘겼다. 정 원장은 "사실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균형 잡힌 채식 식단을 짜기는 힘들다"면서 "부모가 먼저 많이 연구하고, 요리 실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채식주의에도 다양한 단계가 있다"며 "'비덩'(육수를 많이 쓰는 한식 특성상 덩어리 고기만 먹지 않는 한국식 채식주의)부터 시작해도 좋다"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