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의 막이 오르며 예비 고3과 재수생의 수험 시계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험생 대부분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오는 11월 14일을 ‘디데이’로 잡고 학습에 임하고 있겠으나 올해 대입에서 수시모집 선발 비중이 77.3%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디데이’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시의 경우 매 학기 쌓아올린 학생부와 논술, 면접, 실기 등의 요소로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수시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다.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대입에 반영하고자 도입됐으나 일반 학생과 학부모가 접근하기에는 전형이 복잡하고 준비할 것이 많아 오히려 ‘금수저’ 전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입의 70%가 넘는 수시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에듀동아>는 김은희 로지카논술 원장과 함께 2020학년도 수시의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2020 수시 설명서’ 시리즈를 연재한다. 수시 전형 및 대학별 특징과 기출 분석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수시 전형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에서 명문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영재의 포트폴리오’다. 목표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어떤 스펙이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준비해나가기 위해서다. 어쩌면 당연한 심리다. 강의 현장에서 지도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합격한 학생의 논술 답안지와 학생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보여줄 수 없느냐고 부탁해 온다. 물론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은 없지만, 그 마음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수시 지원을 위해 자소서를 작성해야 하는 학생들이 가장 보고 싶은 것도 바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한 선배의 자소서다.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작성했기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또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때 다른 사람이 작성한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생길 것 같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잘 쓴 자소서라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자소서에는 고교 3년간 쌓인 자신만의 역사가 담겨야 한다. 물론 누군가는 대한민국 고교생의 생활에서 특별할 게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심히 살펴보면 자신만의 특징이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소서가 완성되기 전에 타인의 자소서를 살펴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특별한 자소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 자소서는 자신의 학생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소설’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나올 만큼 실제로 많은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활동이나 역량을 과대 포장한다. 하지 않았던 활동을 마치 한 것처럼 거짓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모든 활동이 큰 성과가 있었고 긍정적인 성취로 이어졌다는 식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반 아이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데, 정작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거나 실제 갈등이 해결되었는지 의심스러운 결론도 많다. 이는 결국 자신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훌륭한 학생임을 부각하는 데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뛰어난 학생이 과연 존재할까? 평범한 고교생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게 쓰면 안 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자소서는 학생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과정에 대한 부연 서술일 뿐이다. 학생부는 결과만을 기록한 것이므로 각각의 내용이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활동을 통해 해당 학생이 어떻게 변화, 발전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은 자소서를 통해 학생부에 기재된 활동이 어떠한 과정에서 일궈진 것인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아무리 잘 써진 자소서라도 학생부의 기재사항과 연관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학생부를 능가할 만한 힘이 자소서에는 없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자소서를 작성하기 전에 자신의 학생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 지원 대학, 학과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및 역량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자소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문항 3개와 대학별 자율문항 1개로 구성된다. 그러나 자소서의 형식이 같다고 해서 같은 내용으로만 작성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자율문항에 따라 공통문항에서 다룰 내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는 지원 대학, 학과마다 요구하는 인재상과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소서를 작성할 때에는 지원 대학과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학업 역량 및 자질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숙지하고 이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자신의 활동 및 성과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성실성, 자기주도적 성향, 바른 인성 등 대부분의 대학이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역량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학의 특징에 따라 평가요소 및 비중이 다르므로 지원 대학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수십 번의 수정이 결국 좋은 자소서를 만든다 과거 한 학생이 자소서를 작성하던 시기에 자신의 힘겨움을 “내면이 탈탈 털리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많은 학생들이 자소서 작성을 무척 힘들어하며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한다. 이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중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대체로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에는 자소서 작성에 돌입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고3 시기에 자소서를 작성하느라 수능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하는 학생도 많다. 원서접수 마감을 코앞에 두고도 마무리를 하지 못해 구토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그 정도로 자소서는 작성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단번에 완성할 수 없다는 점을 반영한 계획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소서를 쓰다 보면 애초에 기대했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뭔가 쓸 내용이 많을 것 같은 활동이라 선택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할 말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의도한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활동도 있을 수 있다. 선택한 활동이 지원 분야와 연관된다고 생각하여 서술했는데, 정작 연관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자소서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깨닫기 어려운, 실제 작성해봐야만 발견되는 오류들이다. 이러한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수정과 보완이 수차례 이루어질 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자소서가 완성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학생들이 가장 답변하기 어려워하는 질문은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아주 평범한 질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쉽다면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했을까. 자소서를 마주한 학생들은 이 어려운 일을 최고의 글 솜씨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합격한 자소서는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다. 문맥이 맞지 않거나 종결어미가 뒤죽박죽인 글도 많다. 글로 보면 그다지 잘 쓴 글이 아닌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합격 자소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은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역량과 활동이 논리정연하게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글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이 학생이 왜 합격했는지 납득이 되게 작성돼 있다. 따라서 자소서를 작성할 때에는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역량과 활동을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진솔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내용으로 꾸미는 과정에서 도리어 설득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기엔 평범하고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활동이라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 배우고 깨달은 점이 있다면, 또 그것이 자신의 진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라면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서술하는 것이 더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 에듀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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