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38(2024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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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5.03 | 조회수 |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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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서른여덟 번째 편지, 2024년 5월 3일, 금요일에
연애편지/ 유하
공부는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쿵푸입니다 단순한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이연걸이가 심신 합일의 경지에서 무공에 정진하듯 몸과 마음을 함께 연마한다는 뜻이겠지요 공부 시간에, 그것도 국어 시간에 나는 자주 졸았습니다 이를테면, 교과서의 시가 정작 시를 멀리하게 만들던 시절이었죠 물론 졸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옆 학교 여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던 날이었습니다 연인이란 말을 생각하면 들킨 새처럼 가슴이 떨려요…… 나는 그 편지의 행간 행간에 심신의 전부를 다 던져 그녀의 떨림에 감춰진 말들을 읽어 내려 애썼지요 그나마 그 짧은 글 읽기도 선생에게 들켜 조각조각 찢기고 말았지만 그 후로도 눈으로 쫓아가는 독서는 공부 시간의 쏟아지던 졸음처럼 많았지만, 내 지금 학교로부터 멀리 떠나온 눈으로 학교 담장 안의 삶들을 아련히 바라보니 선생의 시선 밖에서,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풋사랑의 편지를 읽던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유일한 쿵푸였어요
『나를 키우는 시2, 날개가 돋는 찰나』 손택수 김태현 한명숙 엮음/창비/2023
♣ 쿵푸는 공부(工夫)입니다. 무조건 반복하는 겁니다. 하고 또 하다 보면 그 분야의 달인이 되고 지존이 된다는 뜻 아니겠어요? 중국 소림사에서는 스님들께 쿵푸를 가르칩니다. 물론 아무에게나 쿵푸를 가르쳐주지는 않습니다. 일단 면접을 보는데, 그게 바로 ‘싸가지’ 즉 ‘싹수’라는 겁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첫 싹을 보면 그 사람이 쿵푸를 배워도 괜찮을지 파악한다는 것이죠. 아무나 가르쳐줬다가 그 기술을 엉뚱한 데 써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일단은 마당 쓸고, 밥 짓고, 물 당번도 하고 불 때는 일부터 시켜보는 거겠지요. 그러다가 싸가지가 있다 싶으면 기본 동장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겁니다. 소림권법의 7가지 기본동작부터 시작해서 점차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아가는 거죠. 단계는 1단계부터 무려 36단계까지 있답니다. 1단계를 연마하다가 중도 탈락하는 수도 부지기라니 훈련 얼마나 빡센지 짐작이 가시나요? 1단계 동작을 하루에 마칠 수도 있지만 한 달이 되어도, 1년이 되어도, 심지어는 10년을 걸려서도 마스터 못하고, 1단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쿵푸입니다. 3단계쯤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을 정도이니 고수가 되는 지존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수행인지 웬만한 사람은 지레짐작도 못하지요. 근데 마지막 36계는 숫제 도망 다니는 반복 훈련연습이라는 걸 아시나요? 상대가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로 발광을 해도 무조건 피하고 달아나고 몸 사리는 도망자 신세라니요? 1단계 2단계 3단계…, 끝없는 고행의 과정을 통과해 지존의 35단계를 오르고 보면 비로소 알게 된답니다. 이 세상은 나와 너의 구분을 할 수 없는 하나의 세상이라는 걸. 내가 바로 너이고, 네가 바로 나이기도 한,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걸. 그래서 나쁜 놈, 더러운 놈, 치사한 놈, 죽이고 싶은 놈이라 할지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이상, 차마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어 무조건 피하고 달아나고 도망가며 싸우지 않는다는 거죠. 아참, 근데 쿵푸를 배우는 목적이 뭔지 아시나요? 뭐 하러 세상 즐겁고 신바람 나게 사는 걸 재껴 놓고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 절간의 스님이 되어 폼 나게 살지도 못할 쿵푸를 배울까요? 멋진 답글을 보내는 분에게 선물을 쏩니다! 정답은 딱히 없습니다. 그냥 댓글을 달면 그게 정답입니다. 1차 고사처럼 정답지가 없다는 게 출제자의 의도입니다. 1차 고사 망친 스트레스를 아무 댓글이나 달고 선물 받는 걸로 푸시면 어떨까요? 어쨌든 문제 문제마다 고행의 쿵푸 단계를 넘어서듯, 1차 고사의 강을 건너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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