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33(20240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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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4.25 | 조회수 |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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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서른세 번째 편지, 2024년 4월 25일, 목요일에
동사 ‘부딪치다’/ 요시노 히로시/ 류시화 옮김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한 명의 여성 일본 최초의 맹인 전화교환원
그 눈은 바깥세상을 흡수하지 못하고 빛을 밝게 반사시키고 있었다 몇 해 전 실명했다는 그 눈은
사회자가 그녀의 출퇴근 모습을 소개했다 ‘출근 첫날만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고 그 후로는 줄곧 혼자서 출퇴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오늘로 한 달 편도로 거의 한 시간 동안 만원 전철을 타고…‘ 그리고 물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기 힘드시죠?’
그녀는 대답했다 ‘네, 힘들긴 힘들지만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걷기 때문에 그럭저럭…‘
‘부딪치면서…말인가요?’라고 말하는 사회자 그녀는 미소 지었다 ‘부딪치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걸요‘
눈이 보이는 나는 부딪치지 않고 걷는다 사람이나 물체를 피해야만 하는 장애물로 여기며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부딪치며 걷는다 부딪치는 사람이나 사물을 세상이 내민 거친 호의로 여기며
길 위의 쓰레기통이나 볼트가 튀어나온 가드레일과 몸을 난폭하게 치고 지나가는 가방과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조바심 내는 자동차의 경적
그것들은 오히려 그녀를 생생하게 긴장시키는 것 친근한 장애물 존재의 촉감
부딪쳐 오는 모든 것들에 자신을 맞부딪쳐 부싯돌처럼 상쾌하게 불꽃을 일으키면서 걸어가는 그녀
사람과 사물들 사이를 눅눅한 성냥개비처럼 한 번의 불꽃도 일으킴 없이 그냥 빠져나가기만 해 온 나
세상을 피하는 것밖에 몰랐던 나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세게 부딪쳐 온 그녀
피할 겨를도 없이 나가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나에게 그녀가 속삭여 주었다 부딪치는 법, 세상을 소유하는 기술을
동사 ‘부딪치다’가 그곳에 있었다 한 여성의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그녀의 주위에는 모든 물체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짓 한 번에 곧바로 노래를 부를 것처럼 다정한 성가대처럼
♣ 부딪치지 않으려고 용쓰며 사는 세상인데, 아프게 부딪치며 울리는 게 생의 아름다움이라니요! 나비 날개가 눈썹 한 조각 바람과 부딪쳐 태풍의 눈이 되고, 소가죽이 북채에 부딪쳐 진군의 아우성을 승리의 환호성으로 가슴 떨리게 하는 장면처럼 ‘부딪히다’의 놀라운 반전이로군요. 내 심장이 부딪히는 두근거림으로 혈관을 지나는 뜨거운 피를 춤추게 하고, 먼지의 상처로 떨어져 나가는 첼로의 현이 활에 부딪혀 심금을 울리는군요. 어쩌다 부딪치는 아픈 상처들이 나의 수호신이라는 걸 생각하니 눈시울 붉어지는 황홀한 봄날입니다. 부딪히더라도, 갈등으로 꼬이는 인생이더라도, 설사 1차 고사와 부딪히는 아찔한 아픔이 오더라도, 청춘시절의 난바다를 건너는 항해사처럼 휘파람을 멈추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도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그리고 스마트폰 속에서 1차 고사의 시퍼런 서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는 배짱으로 봄날의 열락을 누리는 제나온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 학생자치위원회(회장: 3학년 7반 이가인, 부회장: 3학년 2반 권명호)에서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실시한, 2주간의 라면 모으기 행사를 어제 마쳤습니다. 그동안 모은 300여 개의 라면은 어제 익산의 한 장애인 시설에 총학생회 임원과 담당 선생님께서 직접 방문하여 전달하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학생과 교직원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면 편지에 싣고 위클래스에서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드립니다. 학창시절을 눈부시게 장식할 멋진 사진 많이 보내 주세요!^^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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