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30(2024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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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4.21 | 조회수 |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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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서른 번째 편지, 2024년 4월 22일, 월요일에
우리는 지금/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우리는 지금 조금씩 떠나간다. 고요한 행복이 있는 곳으로. 아마, 나도 곧 작은 짐을 꾸려 길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사랑하는 자작나무 숲! 너, 대지! 그리고 너 모래밭! 떠나가는 이 수많은 친구들과의 이별에 내 슬픔 감출 길 없다.
나는 영혼에 육신을 입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너무 사랑했다. 가지를 펼치고, 장미빛 물속을 바라보는 미루나무에 평화 있으리라.
고요함에 묻혀 나는 사색을 많이 하고 남 몰래 많은 노래를 지었다. 이 음울한 대지에 내가 숨 쉬고 살았던 게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여인들에게 키스하고, 꽃을 밟으며 풀밭에 키스하고, 우리의 작은 형제들인 동물의 머리를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
그곳엔 숲도 꽃을 피우지 않고 호밀은 백조 같은 목을 살랑거리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떠나는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나는 늘 떨림을 느낀다.
그곳엔 안개 속에 금빛으로 빛나는 보리밭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와 더불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에겐 소중하다.
♣ 우리가 하늘나라에 도착하면 기쁨의 나무와 더불어 슬픔의 나무를 껴안게 된답니다. 슬픔의 나뭇가지에 매달린 수많은 슬픔의 사연들을 하나하나 접하고 난 후에는 천사의 안내를 받아 그 중 한 가지씩 슬픔을 골라서 다음 생에 태어나 그 슬픔과 함께 지내게 된다나요? 그런데 누구나 이생에서 겪었던 슬픔을 그대로 선택하고 만답니다. 다른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경험하지 못한 슬픔은 너무 크고 힘들어서 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한번쯤 겪어본 슬픔은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라나요? 언젠가 우리는 비자가 나온답니다. 미국행도 아니고 유럽행도 아닌, 천국행 티켓 비자(VISA)! 왕복권이 아니라 편도행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돌아오지 못할 때 남겨진 것들에 대한 사랑이라니요! 풀잎 한 줄기, 꽃 한 송이,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경외.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떠나가고 있는 것이로군요. 한 순간을 살고, 한 시간을 살고,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살듯이 유년을 떠나보내고 청춘을 떠나보내고 인생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여정이로군요. 여름의 더위를 겨울의 훈훈함으로 알고, 겨울의 추위를 여름의 서늘함으로 여기며 오늘도 1차고사 준비를 하며 청춘의 난바다를 건너는 멋진 제나온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 제나온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 피드백을 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피드백 내용에 따라서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또한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나 전화로 노크해 주시면 즉시 활짝 문을 열어 환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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