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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골마당 qr코드용 게시물: 백일장 최우수상 수상작과 심사평
작성자 *** 등록일 24.02.02 조회수 29

백일장 최우수작 수상작

 

                         고쓰리보단 차라리 마녀가 나아(엽편소설)

 

나는 가끔 잠들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눈 뜨니 아포칼립스가...!’ 터무니없는 상상인 걸 알지만 그저 상상인데... 뭐 어때 이런 상상도 할 수 있는 거지?!’라며 제법 다운 자기 합리화를 하곤 했다근데 이럴 수가… 좀비아포칼립스도스위트홈 시즌3도 아닌 이세계에서 눈을 뜬 것 이다... ‘꿈인가’ 싶어 수차례 뺨을 떄려봐도 애꿎은 뺨만 붉어질 뿐 꿈은 아니었다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도파민 중독자인 나는 이 세계도 적응만 잘 한다면 현실 세계보다 오히려 좋을지도자 이제 본격적으로 탐색을 하러 집 밖으로 나서는데... 뭐야 여기 물속이잖아?! 급하게 눈을 굴려 내 몸을 훑어보니 인간도 아니었다문어.. 그런 것이다... 이세계라 이마저도 골 때리는데 문어는... 마녀문어는... 이건 좀 아니지예!!!! 하아 절망에 빠져있는 시간도 아깝다 우선 이세계관을 얼른 파악해야 하는데 인어도 있고심지어 말하는 물고기도 있고...? 이해하려 할수록 미궁의 빠지는 세계관이다. ‘잠시만 이거 디X니 세계관인가그렇다면 나는.. 정말 무시무시하고 사악한 문어마녀?!!!’ 결국엔 그런 것이다이세계도 나의 편은 아닌 것이다절망,좌절,분노… 는 개뿔 오히려 좋다ㅋ 곧 있음 입시지옥에서 허덕일 K-3이 되는것보단 차라리 문어마녀가 낫다 이말이야그렇담 본격적으로 빌런의 삶을 살아볼까나반이 문어인 몸으로 빌런짓을 하기엔 너무 티나니 우선 완벽한 인간으로 변신하는게 첫 번째 임무였다대충 마법책처럼 생긴 책 하나를 골라 아무 주문이나 외우기 시작했다 뭐 하나쯤은 얻어걸리겠지’ 하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지 무려 3번만에 주인공 버프덕으로 성공하고 말았다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제법 만족스러운 얼굴 빌런치고는 꽤 예쁘게 생긴하하... 우스갯 소리는 집어치우고 본업을 하러 집을 나섰다우선 용왕님대왕님대통령?을 찾아가야겠다찾아가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겠다’ 하는 대충 거창한 계획을 세운 후 궁전 앞에 도착해보니 누구나 다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고... 실행에 옮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내 그릇에 맞지 않은 너무 큰일을 계획 했나 싶어 좌절에 빠져있을 때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듯 분내나는 코찔찔이 꼬맹이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는 언니가 누군지 다 알아요.. 마녀지요..?” 순간 이 녀석이 이걸 어떻게 알았나 등골의 소름이 쫙 퍼졌다.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았니?” “보라색 립스틱을 바르고 이상한 모자랑 지팡이를 들고 있잖아요 이건 그냥 나 마녀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꼴이잖아요!” “...” 내가 봐도 너무 티나는 복장이긴 했다작전상 후퇴우선 집에 가 재정비를 하고 와야겠다 마음먹은 순간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 ‘마녀로 눈 떳으면 이 세계관 역사의 한 획은 그어야지! ... 아니면 스크래치라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무려 정문을 넘어가는 순간 아니 경비가 왜 이렇게 허술하지?’ 여태 도둑질은 당한 적 없나 걱정이 될 정도로 허술한 경비가 의심됐다. ‘다들 여름 휴가갔나..’ 실 없는 생각이나 하며 정원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그때! “거기 누군가!” 카리스마 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정원을 울렸다. ‘... 큰일났다’ 뒤를 돌아 본 순간 오마이갓 여긴 왕을 뽑는 기준이 얼굴인가..? 정말 너무 너무 잘생겼다후광이라는게 이런 것인가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 없으니 당황하지 말고! “아 제가 화장실을 찾는다는게ㅎㅎ 길을 잃어ㅅ...” “... 화장실은 저쪽으로 가야하오” “감사합니다ㅎ...” 짧은 대화를 마치고 뒤를 도는 순간계획 변경!! 난 그동안 내가 잘생김 따위에 약한 여자가 아니였다고 생각 했는데... 진짜 잘생긴 사람을 못 봐서 대부분 강한 상태로 살고 있었더구나자아성찰을 마친 후 왕좌 강탈이 아닌 왕비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여긴 뭐 후궁101 이런건 안하나..? 어떻게 저 톨앤핸섬영앤리치 왕의 눈에 들지아 맞다 난 마녀였지 사랑의 물약을 이용하면 되겠구먼자 이제 진짜 최종 찐막 찐찐막 계획을 실행 하기 위해 사랑의 물약을 만들러 집으로 돌아갔다레시피를 찾기 위해 책을 집어든 순간... 아 이번엔 한자다. “에라이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그래도 뭐 대충 물약... 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되겠지..? 맘을 가담고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는데 찾았다물 수水 약 약藥 하하혹시나 중국여행 할 일이 있나 싶어 약이라는 단어를 외워두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었다. “자 상어 이빨...? 하나 넣고 독수리.. 눈물..? 두 방울 넣고” 의문의 의문만 쌓여가는 레시피를 차근히 따라가며 만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완성!!!” 레시피 속 모든 재료를 다 넣고 3시간을 끓이니 제법 사랑의 물약 같이 생긴 분홍빛 물약이 완성 됐다마지막으로 휘휘 젓고 맛을 본 순간...? “잠시만 맛을 보면 안 되는데?" 습관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맛을 왜 보냐고ㅠㅠ!! 큰일이다 해독제는 어떻게 만들지하고 책을 집어든 순간잠에 들어버렸다... 앞 글자는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물약만 찾아 헤맸으니... 당연히 이건 사랑의 물약이 아니였고 불면증 치료제였다 그것도 아주아주 효과가 좋은... ‘하아 바보같다... 언젠간 깨겠지...’ 잠에 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돌덩이보다 무거운 듯 느껴지는 야속한 눈꺼풀은 속절없이 감기기만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천장만 바라보고 꿈뻑... 꿈뻑...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 지 3분정도 지났을까정신이 들기 시작해 급하게 일어나보니 잠시만 여긴 내 방이잖아?!!!“ 아 그럼.. 이 모든 건 꿈...? 이런 X!!! 국밥집 막내아들 엔딩이였냐고... 현실 복귀 완료... K-예비고3의 하루 시작하하!! 인생 참 허무하다...                       

 

 

<심사평>

이번 백일장에서 특기할 점은 글을 5줄 이상 쓰기가 어렵다는 요즘 시대에, 1000자의 분량 제한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천자 분량의 글을 쓰거나 시간이 모자라 다 못 썼다는 학생이 많았다는 점입니다장문의 글에서는 정제되고 다듬어진 작문을 하기 보다는자신의 내면을 토로하는 글이 종종 보였습니다구성이나 표현 기법 면에서는 훈련되지 않아 아쉬웠지만자기 표현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글쓰기의 본질에 가까웠고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엽편소설 장르를 선택한 학생들이 꽤 있었고특히 회귀와 그림자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성찰하면서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이 몇몇 보였습니다이는 기존 회귀 소설의 트랜드인 육각형 인간형에 대한 선망으로서의 회귀현실 도피의 리셋형 회귀가 아닌현실에 뿌리내린 건강하고 미래지향적 자기성찰의 글이라 의미 있습니다.

주목을 끄는 작품으로는 2학년 이하은, 1학년   장유정박윤아강수민 학생 등의 작품이 있었습니다이하은 학생의 고쓰리보다는 차라리 미녀가 나아는 이세계(異世界빌런으로 회귀라는 회귀물의 최신 트랜드를 따라가는 듯 보였으나 자아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어 수필과 소설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현실감을 주고 있습니다또한 자칫 진부할 수 있는 회귀의 공식에 시니컬한 문체와 톡톡 튀는 발상으로 신선함을 주고 있습니다코믹한 전개에 예비 고3이라는 현실에서 오는 고민도 잘 녹아들어 있고 반전도 흥미롭습니다.

장유정 학생의 작품은 정제되지 않은 글쓰기이지만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또한 액자식 구성과 의식의 흐름 기법은 삭제하고 싶은 그림자의 시기라는 테마를 절묘하게 뒷받침해주고 있어 본능적인 글쓰기 재능을 짐작하게 해줍니다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는 재능과 습작이 켜켜이 쌓였을 때의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박윤아 학생의 작품은 실제로 본인이 겪은 이야기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생동감 있는 인물 설정과 리얼한 스토리가 돋보입니다강수민 학생의 엽편소설은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등장인물과 플롯을 구상하고 타임 슬립 회귀의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가히 우수작으로 선정할만한 작품이었으나 충격적인 결말이 전개 단계에서 던져놓은 소위 떡밥들을 회수하지 못한 급한 마무리라 장려작으로 내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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