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
- 느티나무
- • 당당한 수형
• 폭넓은 아량
• 청량한 기풍 - 함께 갈 수 없다면
그대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나는 여기 오랫동안 서 있는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언젠가 그대 돌아와 쉴 수 있는
정갈한 그늘 한 뼘 준비하며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서 있을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대가 굳게 딛고 설
이 땅을 위하여
깊은 땅 속을 지탱하는
질긴 뿌리들의 실핏줄이 되겠습니다.
땅 속에서도 따뜻한 손들이 엉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땅 속에 어둠만 있을 것이 아님을
그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더 깊은 뿌리가 되겠습니다.
- 김현성 시 -
교화
- 백일홍
- • 곱고 바른 심성
• 밝은 표정 -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서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도종환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