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완산체육공원A구장에서 열린 '2020 전국 중등 축구리그' 전북권역 개막전에서 전주시민축구단 U-15를 상대로 5-0 대승으로 리그 첫 승을 거둔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고창북중 선수들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올해로 학교 개교 74주년,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복분자로 788-141번지에 위치한 고창북중학교(교장 최규승) 축구부는 그동안 ‘풍천장어와 복분자의 고장’ 고창을 빛낼 축구 꿈나무들을 발굴하는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1974년 개교한 이래 자아실현, 창조개혁, 근검노작이라는 교육 목표를 바탕으로 무엇보다 바른 성품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이룩하고 있다. 여기에 축구부는 지역과 학교를 알리면서 작은 시골학교 축구부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이학교의 자랑이다.
과거 성남중앙초(경기도) 축구부를 지도하면서 유소년축구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받았던 채양학 감독이 지난해 2019년 10월 부임하면서 축구부는 새로운 팀 색깔을 입히는데 여념이 없다. 채양학 감독은 “우리 학교는 비록 시골에 위치해 있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축구 명문학교이며 공부하며 운동하는 축구부로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결과와 생각하는 축구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항상 고창북중 축구부를 응원해주고 성원해주시는 지역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아쉬움이 많았던 2020년 시즌이었다. 만년 약체의 이미지를 벗고 올 시즌 환골탈태를 외친 고창북중,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대회와 리그경기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1년 농사를 고스란히 허공으로 날려버린 고창북중 선수단은 아쉽기만 하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고, 채양학 감독 지도하에 동계훈련 기간 동안 패배의식을 벗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팀워크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 강팀들의 간담을 제대로 서늘케 하는 등 이로 인해 팀 이미지 쇄신도 일궈내면서 팀 체계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창북중은 그동안 만년 약체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골학교의 핸디캡으로 인지도가 덜 알려진 탓에 선수들의 선호도가 떨어졌고, 최근 몇 년 사이 팀 내부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어린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이는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직결됐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갑절 이상 많은 모습을 나타내며 '승점 자판기'라는 혹평이 따라다녔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패배의식은 무섭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시골학교의 핸디캡으로 인해 선수수급에 애를 먹고 있지만, 최근 들어 채양학 감독에 대한 이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진학 상담이 들어오는 등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기대되는 고창북중이다. ⓒ K스포츠티비
그런 가운데 고창북중은 올 시즌 중등축구 판도에서 변방의 타이틀을 완벽하게 뜯어고치려고 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10월 팀에 부임한 채양학 감독이 있었다. 과거 성남중앙초 감독 시절 팀을 수차례 전국 정상권에 올려놓은 등 채 감독은 선수들의 패배주의 개조를 위해 팀 스타일을 전면 대수술했다. 단조로운 킥&러시가 아닌 패스와 드리블 등 축구의 기초 요소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선수들의 자신감 축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본기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유소년 축구의 흐름에서 훈련 때도 기본기 향상에 많은 투자를 거듭하며 팀 골격을 새롭게 입혔다. 기본기 위주의 훈련 프로그램은 고창북중 선수들의 열정을 거짓말처럼 살려 놨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로 인해 축구에 대한 목표 의식이 희미했던 선수들은 채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기량과 자신감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볼 터치와 패스 타이밍 등을 정교하게 다듬는 등 훈련의 능률도 만점이었다.
종전 지고 있을 때 서로에 미루는 경향이 많았으나 올 시즌에는 이러한 부분이 많이 해소된 모습이다. 선수들이 개인 욕심보다는 철저한 팀플레이를 통해 결속력을 더욱 단단하게 끌어올리며 '원 팀'으로서 구색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선수단 전체를 공포 분위기로 내몬 패배주의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기는 맛을 하나둘씩 터득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돌발 상황이 닥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도 가미됐다.
올 시즌 리그 첫 경기 전주시민축구단 U-15 전에서 5-0 대승으로 거둔 뒤 각 종 연습경기의 성과물도 제법 무난했다. 고창북중은 기존 강팀들을 상대로 연거푸 승리를 거둔 것도 모자라 간혹 고교 팀들과 연습경기에서도 승리하면서 양과 질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끈끈한 팀워크와 강한 정신력 등으로 상대에 큰 피로감을 선사하며 '고창북중 경계령'을 제대로 발포했다. 어느새 상대 팀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전국대회와 리그경기를 치르지 못한 점이 더없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 1월 전북 구례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실시하면서 기존 강호들을 상대로 도장깨기를 펼치는 등 올 시즌 전국대회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모든 게 무산됐다. ⓒ 사진 김 병 용 기자
"고창북중 감독 부임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수도권에선 선수수급이 유리해 팀을 만드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고창북중은 지리적인 여건으로 팀을 짜 맞추는데 지금도 힘이 든다. 부임 초반에는 팀 내부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힘들었고, 자신감도 많이 결여됐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노하우와 경험 등을 살려서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뜯어고치는데 주력했다. 선수들도 바뀐 감독의 스타일을 잘 따라와 주면서 이제 어느 정도 팀 색깔을 맞춘 상태다."
"중학교 연령대에서는 패스와 드리블 등 기본기를 잘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기가 잘 갖춰져야 기술의 완성도가 더욱 배가되기 때문이다. 훈련 때도 선수들에게 패스와 드리블, 볼 컨트롤 등 기초 요소를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다행히 부임 첫 시즌은 나와 우리 팀 모두에게 큰 소득이었다. 각 종 대회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터득하면서 희망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채 감독의 ‘마법'은 선수들의 진학마저 상위 클래스로 올려놨다. 황민준(3학년)이 프로산하 유스 진주고(경남FC U-18)로 진학이 확정된 것을 비롯해 황재용(3학년)은 의정부광동고(경기), 이형근, 김준현(이상 3학년)은 삼일공고(경기), 정민재는 대통령금배 준우승 팀인 계명고(경기), 채정민(3학년)은 고창북고(전북)로 진학이 결정됐다. 이는 고교 지도자들에게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 당장 화려한 것보다 꾸준하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고창북중 선수들의 성장은 여러 팀들의 군침을 절로 돋구게 했다. 선수들이 수준급 팀으로 진학이 이뤄지면서 성적 못 않은 가치역시도 제대로 누렸다.
미드필더 황민준(167cm)은 작은 신장이지만 순발력과 드리블 돌파력이 탁월하다. 고교진학 이후 신장만 성장해준다면 기대되는 재목감이다. 센터포워드 황재용(176cm)은 프로산하 유스 팀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기량을 갖췄지만 학원축구로 진로를 선택했고, 센터백 이형근(184cm)은 큰 신장을 바탕으로 제공권이 탁월한데, 세련미만 좀 더 다져지면 최고의 선수로 성장이 기대된다. 골키퍼 김준현(185cm)은 축구를 늦게 시작했어도 뛰어난 체격 조건에 순발력과 공중볼 처리능력 등이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면서 남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자랑했다.
장민재와 채정민은 중원의 화력으로 상대 수비 1~2명을 가볍게 제치는 탁월한 개인기와 빼어난 공간 침투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 것은 물론, 스트라이커 못지않은 골 결정력도 장착하며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이들 두 선수는 미드필더로서 팀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는 희생정신과 안정된 경기운영 등으로 팀플레이의 무게감을 높이며 채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과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최근 리그경기를 재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 시즌 주축 선수들 중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경험과 경기운영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선수비-후역습 패턴을 통해 숏패스와 롱패스를 고루 섞는 패턴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팀 특색이 어느 정도 노출된 상황이라 여러 가지 옵션을 가미해서 유연하게 변화를 줄 생각이다. 기술적인 부분과 전체적인 팀 스쿼드 등은 다소 미흡하다. 하지만, 하고자하는 의욕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열정 등은 절대 뒤질 것이 없다. 나는 수비를 하지 못하면 절대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대축구 자체가 공격부터 수비를 해줘야 된다. 선수들에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그래야 경기를 압도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축구명문 풍생중-풍생고-인천대를 졸업한 채양학 감독은 유소년축구 최강 성남중앙초 축구부 지도하면서 전국대회 우승 7회, 준우승 14회, 3위 15회 등 유소년축구 ‘우승 제조기’ 지도자로 손꼽혔다.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등 선진축구 연수와 한국유소년축구연맹 기술위원과 골든 에이지 강사, 경주국제유소년축구대회 감독을 역임했다. 이제부터 채양학 감독은 도시를 떠나 시골 작은 학교 고창북중에서 중등축구 평정에 나선다. ⓒ K스포츠티비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선수들의 진학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이 대거 수도권 명문팀으로 진학이 결정됐다. 이로 인해 팀의 이미지와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선수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해준 결과가 나름대로 큰 선물을 얻은 것 같다. 그동안 우리 팀이 초등학교 선수들이 기피하는 학교였는데 지금은 초등학교에서도 고창북중 입학을 원하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전국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전국대회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 뜨거운 2020년을 보낸 고창북중의 시선은 이제 내년 시즌을 향해있다. 주축 선수들의 졸업으로 인해 팀을 새롭게 정비해야 되는 과제가 있지만, 빠른 공-수 전환과 정교한 패스 게임 등의 색깔이 점차 물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늘보다 더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 수비 조직력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고창북중은 수비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서 내년 시즌부터는 본격적인 강자 반열에 올라선다는 각오다.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가 돋보이는 채양학 감독의 '마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2학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지금부터 나의 임무다. 2학년 선수들도 3학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올 시즌은 내가 원하는 축구의 70% 정도를 보여줬다면 내년 시즌은 10%씩 완성도를 높여볼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우리 팀 색깔인 간격 유지와 밸런스 조절 등에 좀 더 투자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 달성하지 못한 전국대회 상위권 입상을 내년 시즌에 반드시 보여주겠다." -고창북중 채양학 감독
유소년 축구 우승 제조기 지도자로 명성을 날린 채양학 감독, 이제는 그는 정든 도시를 떠나 시골의 작은 고장 고창에서 중등축구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다시 한 번 화려한 날개짓에 도전한다. 지금은 비록 미흡하지만, 우리는 채 감독의 과거 업적을 잊지 않고 있다. 그가 다시 한 번 유소년축구 우승 제조기 지도자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지켜볼 것이다.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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