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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백일장대회 운문 대상 작품 <감나무의 편지>
작성자 유인옥 등록일 14.07.30 조회수 336
감나무의 편지


30217 안지슬

벌레들이 우표처럼 감나무에 붙어있다
오래된 뿌리로 써내려온 편지

홍시가 있던 자리에 다시 단단한 감이 열리기까지
지나가는 여름을 주물렀다
열매를 맺느라 저려온 할머니의 팔다리를 닮은
감나무엔 할머니의 사연이 새겨져있다

마당에 홀로 오랫동안 서 있던 감나무는
가족들이 오는 명절 때 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시계를 두리번거렸을 할머니를 닮았다
푸른 나뭇잎마다 손녀의 기억을 잎맥으로 새기곤
첫 운을 띄웠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녀석들에게, 하루종일 감 따느라
붉게 물든 할머니의 토시만 개켜있는 하루

저 주름들은 수많은 세월을 기억하는 책갈피 처럼
생채기 난 곳마다 검버섯이 묽게 피어났다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쓰지 못해
그 해 가을엔 할머니는 무거운 두 눈으로
감나무의 편지를 봉인했다

나는 할머니의 편지가 빼곡하게 담긴
감나무 끝자락에 거칠어진 껍질을 더듬으며
할머니의 마음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수신자와 발신자가 흐려지는 감꼭지너머로
나는 처음으로 떫은맛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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