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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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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매듭달
작성자 전주예술중 등록일 22.12.30 조회수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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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매듭달

 

출근을 합니다.

언덕을 올라 살짝 쿵더쿵 땅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을 딱 지나면 건물 입구가 보입니다.

주차를 하면 거기 그곳에 날마다 아이들을 반기시며 서 계시는 교감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을 뵐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이나 늘 계십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주고 받는 대화 속에 온기가 묻어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교장 선생님 앞에 백여 마리의 눈 오리가 도열해 있습니다.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잡은 눈 오리는 지난 밤에 기숙사생들이 만들었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그 오리들 앞에 서 계시는 교장선생님을 용감하게 사진 못찍고 건물로 들어와서 살풋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 한 무리가 내려옵니다.

한 번 뛰어봐

저의 거침없는 외침에 폴짝 뛰어 주고 쪼르르 달립니다.

카메라 속의 자신들 모습에 또 꺄르르 건강한 웃음입니다. 눈밭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즐겁고 학년을 마무리하는 교무실은 바쁩니다.

시험문제 출제와 생활기록부 정리와 전입관련 상담전화 이런 시간들이 12월입니다.

 

아이들과 다빈치 게임을 했습니다.

세상 어리버리해서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 엄청 진지해집니다. 다빈치를 처음 해본다는 저를 위해 룰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는 천천히 설명해 주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뭔가를 알려줄 때는 천천히 또박또박! 그걸 또 배웁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넘겨진 수를 읽고 다음 수를 예측하여 상대 패를 넘어뜨리는 행위는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제 패를 살짝 본 녀석은 한 두 번 모른척 해주다가 결국은 제 패 모두를 넘깁니다. 저는 졌습니다.

, 선생님꺼를... ”

난 이기고 싶은데...”

한바탕 웃습니다.

크리스마스날에 다섯시간이나 걸쳐 쿠키를 구웠다는 친구가 선생님들께, 친구들에게 쿠키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뽀얗고 아기자기한 쿠키를 입에 넣기가 아까웠습니다. 무용을 하는 3학년친구인데 집에서 밀가루 날리며 반죽을 하고 찍어 내기를 반복했을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정성이 담긴 그 쿠키를 입에 넣기전에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3학년 마지막 시험을 좋게 마무리 해보겠다고 국어책보다도 더 두꺼운 국어 시험관련 유인물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시험 준비를 했던 아이가 있습니다. 점수는 딱 일점 모자란 백점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저를 구십구점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저는 그 아이를 할머니의 그 아이라 부릅니다. 할머니께 용돈을 오천원만 급히 보내달라 연락드렸는데 할머니가 보내주신 돈이 오만원이어서 꺼이꺼이 펑펑 울었다는 그 아이는 모악예술제 무용연기 전공학생들의 공연날 무대위에서 빨간 치마에 하얀 저고리를 입고 남편을 그리워하는 경혜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할머니께 미안하다며 열심히 하겠노라 주먹 불끈쥐고 훗날 할머니께 더 많은 효도를 하겠다는 그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할머니의 그 아이로 남을 거 같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코끝이 차갑고 실내는 평온합니다. 동아리 시간이라 도서실에서 책을 읽습니다.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초록초록한 봄까치꽃으로 뒤 덮였던 건물앞은 눈으로 덮여있습니다. 여리여리 풀꽃같은 아이들이 조금 더 성장했습니다.

저와 함께 새를 묻어 주었던 진주에서 온 그 아이는 다빈치 게임에서 저를 이겼고 3학년이 됩니다.

1학년이라 마냥 앳되보였던 친구들은 한뼘이나 성장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귀히 여기고 다가올 시간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12월은 그런 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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