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초등학교 로고이미지

우리 학교에 피는 꽃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할미꽃
작성자 양정환 등록일 21.03.29 조회수 76
첨부파일

할미꽃

 

감성이야기

먼 옛날 어느 깊고 외진 산골에 할머니가 세 명의 손녀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가난했던 할머니는 남의 집 일을 도와가면서 부지런히 일을 했다. 힘들었지만 손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기운을 차리고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들을 정성껏 키웠다.

할머니는 세월이 흘러갈수록 허리가 굽고 주름살이 늘어만 갔다. 더욱 늙고 초라해지는 할머니에 비해 손녀들은 날이 갈수록 예쁘게 자랐다. 손녀들이 예쁘다는 소문은 이웃 동네까지도 널리 퍼질 정도였다.

그러나 큰 손녀는 얼굴은 가장 예뻤지만 마음씨는 세 명의 손녀 중에서 가장 고약하였다. 둘째 손녀는 큰 손녀보다는 덜 예뻤지만 역시 마음씨가 고약했다. 그러나 셋째 손녀는 별로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손녀들 중에서 가장 마음씨가 착했다.

“언니들, 할머니께서 힘들어하시니 저녁밥은 우리들이 지어요.”

“할머니가 계시는데 왜 네가 나서니? 괜히 너 혼자 착한 척 하지마!”

할머니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첫째 손녀와 둘째 손녀가 걱정이 되었다.

“아이고 저렇게 속이 좁은 것들이 어떻게 시집을 가려는지. 쯧쯧쯧.”

어느 덧 큰 손녀와 둘째 손녀는 나이가 차서 시집갈 때가 되었다. 할머니는 손녀들을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얘들아, 이제 너희도 나이가 찼으니 좋은 데가 있으면 얼른 시집을 보내 줄 테니 말해보거라.”

큰 손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네, 할머니!’하고 대답했다. 둘째 손녀도 큰 손녀의 대답에 지지 않고 반가운 듯이 대답을 했다. 그러나 셋째 손녀의 대답은 달랐다.

“아니에요. 할머니 전 시집가지 않고 할머니를 모시고 살꺼예요. 나이도 많으신데 우리들이 떠나면 혼자 어떻게 사시겠어요.”

할머니는 셋째 손녀의 말을 듣고는 가슴이 찡해졌다.

“얘야, 네 말은 고맙지만 나이가 차면 시집을 가야 한단다. 내 걱정은 말거라.”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동네의 부잣집에서 중매쟁이가 할머니를 찾아왔다.

“누추한 집에 무슨 일로 오셨소?”

“저 이웃마을의 김부자 댁에서 이 집에 예쁜 처녀가 있다기에 선을 보러 왔지요.”

이 소리를 듣고 있던 큰손녀와 둘째 손녀가 쪼르르 뛰어나왔다. 할머니는 중매쟁이에게 큰손녀를 소개했다.

“이 애가 제 큰손녀입니다.”

중매쟁이는 큰손녀의 미모에 홀딱 반해버렸다. 큰손녀는 김부자 댁에 시집을 갔다. 둘째 손녀도 재물이 많은 집에 시집을 갔다. 그러나 작은 손녀는 넉넉한 집이 아니라 먼데 사는 성실한 산지기에게 시집을 갔다.

셋째 손녀는 시집가던 날 몇 번이고 할머니를 돌아다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몸 건강히 계세요.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세요.”

세월이 흘러 손녀들을 시집보낸 지도 몇 년쯤 되었을 때 할머니는 홀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할머니는 이제 너무 늙고 병까지 들어 도저히 혼자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찾아가 이 늙은 할미를 보살펴 달라고 해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웃 동네의 큰손녀를 찾아갔다.

“여보세요. 여기가 이웃마을에서 얼굴이 예쁜 색시를 며느리로 맞아 온 부잣집이지요? 저는 그 아이의 할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조금 있으니까 화려한 비단옷에 금목걸이를 하고 금팔찌를 찬 손녀가 나왔다. 큰손녀는 할머니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자 할머니가 자기에게 얹혀살러 온 것을 알고 푸대접을 하기 시작했다. 큰손녀는 할머니만 보면 짜증을 내곤 했다. 할머니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할머니는 큰손녀 몰래 집을 빠져 나왔다. 둘째 손녀의 집에도 찾아갔지만 큰 손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에게 일을 시키면서 더 고생을 시켰다. 할머니는 집을 나왔으나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눈앞에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겠다고 하던 셋째손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할머니에게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던 셋째 손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갑자기 셋째 손녀가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셋째 손녀의 집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었다. 추운 겨울밤 눈이 내리는 산길을 나이가 많은 할머니 혼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할머니는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겨울에 겨우 고개를 올라가고 있는데 할머니를 향해 찬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질 듯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춥고 숨이 차서 할머니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더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하며 할머니는 안타까워했다. 할머니는 그만 고갯마루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셋째손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할머니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셋째 손녀는 할머니 생각이 날 때면 언덕 쪽으로 내려오곤 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할머니가 계시는 곳이 보였기 때문이다. 간밤에도 할머니 걱정을 했던 셋째 손녀는 할머니 생각에 언덕으로 향했다. 슬슬 집을 나섰던 셋째 손녀는 거기서 할머니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어머나! 할머니 아니세요!”

셋째 손녀는 할머니의 시체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할머니의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다음해 봄. 그 무덤에는 ‘할미꽃’ 한 송이가 마치 사랑하는 손녀들을 보내고 나서 늙고 병들이 힘없이 살던 할머니의 모습처럼 피어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할미꽃전설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적 감성에 기반한 이야기), 2006.,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전글 벚꽃
다음글 개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