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1반
넌 학교 끝나면 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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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차나연 | 등록일 | 22.05.13 | 조회수 | 25 |
텅 빈 운동장 위로 눈부신 햇살이 곤두박질쳤다. 담을 넘던 빨간 장비 송이가 나른한 몸을 누이며 하품을 토했고, 해쓱해진 라일락은 하르르 지친 몸을 떨구었다. 신이 난 바람만 해죽거리며 공중제비를 넘는 오후. 태우는 느티나무 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낯선 세상에 혼자 뚝 떨어진 느낌. 하긴 그런 느낌은 떠들썩한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통 재미라곤 없는 학교. 그런데도 할머니는 왜 굳이 다니라는 건지. "공부를 잘해야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는게야. 할미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할머니는 곧잘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태우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꼭 공부를 잘해야만 될 수 있는지, 선생님만 되면 무조건 훌륭한 것인지. . 아까 국어 시간에도 그랬다. "시간이 좀 남았네. 질문 있는 사람." 때마침 아이스맨 선생님이 말했다. 팔에 저절로 힘이 갔다. 하지만 허리춤에서 우뚝 멈추었다. 이이스맨의 차가운 눈길, 여기저기서 들려올 꼴통 어쩌고. 그때 꾹 참았으면 좋았을걸. "아무거나 좋아." 아이스맨이 다시 말했다. 그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팔에 불끈 힘이 실리고 말았다. 짧은 순간, 아이스맨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이스맨은 교실을 몇 번 둘러본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우는 잘 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었다면 결코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진 않았을 거란 걸. "공부만 잘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아이스맨의 얼굴에 잠시 안도의 빛이 스쳤다. 자신 있는 이이스맨의 고갯짓. "꼴통, 또 시작이다."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상관없었다. 아이스맨의 고갯짓만으로 태우는 온몸이 파릇하니 일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때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마음이 급했다.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가요?" 아이스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차갑게 노려보는 눈, 악다문 입술.. 이제 저런 눈빛엔 익숙해질 만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몸이 고드름처럼 꽁꽁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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