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는 1199년(고려 신종 2년)에 전주목에 사록겸장서기로 내려와 성황사의 제사를 빙자하여 백성들로부터 재물을 뜯어 착복하는 못된 아전들의 부조리를 은근히 꼬집는 제신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무렵 어느날 밤에 꿈을 꾸게 되었는데 평소에 별반 가보지도 않았던 성황사에 이르러 당하에서 절을 하였더니 성황대왕의 사자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기길(이규보의 장서기 벼슬을 가리키는말)께서 가까이 올라 오시랍시는 대왕님의 분부이십니다“고 전한다 나는 층계를 올라가 대왕앞에 엎드려 재배를 올렸다, 대왕은 베로 만든 두건을 쓰고 검정색 윗도리를 걸치고 앉아 있었다. 어디선지 술을 차려든 사람이 나타나 잔을 권하므로 총총한 기분으로 받아 마셨는데 얼마 후 대왕은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듣건대 근자에 목관이 새로이 십이국사라는 책을 간행하였다 하는데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서 내게도 좀 구해줄 수 없겠는가, 나는 자식이 여럿이 여서 그들에게 이를 읽게 하려니 몇 벌 있었으면 하네, 한 번 주선해서 구해 줄수 없겠는가, 부탁 좀 하세.” 나는 꿈속에서지만 하도 신기해서 “그럼 저의 운수는 앞으로 어떻겠는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대왕은 길위에 급히 달리다가 바퀴 심대가 부러져 주저 않은 수레를 가리키며 말했다 “귀관의 운수도 마치 저와 같은 걸세.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이 고을을 물러나게 될 걸세....” 이렇게 대답하고 나더니 대왕은 손수 가죽띠 두 벌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귀관은 반드시 귀인이 되어 높은 벼슬을 얻을 것이니 이 가죽띠를 선물로 주겠네..” 어느덧 꿈에서 깨고 났더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때마침 안렴사의 낭장으로 있는 노 아무개가 목관으로 하여금 십이묵사를 간행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