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2학년 4반 화이팅!-!

  • 선생님 :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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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기획자

이름 이성현 등록일 19.03.10 조회수 19

좋은 만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사람들

만화는 한동안 어린이들의 전유물이거나, 성인들의 수준 낮은 소일거리 정도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영상 세대가 문화를 주도하게 되면서 만화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인터넷 시대 이후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만화는 젊은 세대의 주요한 문화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으며 이에 따라 산업의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만화기획자’가 젊은 세대에서 ‘미래의 직업’중 하나로 관심을 끄는 이유다.

첫 단추를 끼우는 기획자의 능력

만화기획자는 작가와 작품 발굴, PPL(간접광고) 같은 투자 유치, 소재 및 스토리 개발, 프로듀싱, 저작권 관리, 작가 매니지먼트 등 만화작품이 독자들의 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만화기획자가 만화가를 만나 작품의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만화기획자란 기획부터 출판까지, 만화가 대중들에게 보여지기까지 전 과정을 조율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웹툰의 경우 플랫폼과 만화가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과거 산업 규모가 작을 때는 만화가가 스토리부터 작화까지 모든 것을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와 수준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자 전문성을 가진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게 요즘의 추세다. 일본이 ‘세계 제1의 만화시장’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도 고도로 분업화된 시스템이 일찍부터 정착된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유엔터테인먼트 유택근 대표(38)는 “좋은 만화를 만드는 데는 만화가의 훌륭한 솜씨도 중요하지만, 첫 단추를 끼우는 기획자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만화기획자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유 대표는 한국만화가협회, 부천만화정보센터 등에서 일하다 2009년 투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으며, 그 해 캐릭터 ‘무대리’를 전문 매니지먼트 하는 ‘무대리컴퍼니’를 공동 설립해 수석매니저를 맡고 있다.

유 대표에 따르면 만화기획자의 하는 일은 연예기획사의 그것과 비슷하다. 도식으로 표현하면 콘텐츠의 발굴 → 기획 → 투자 및 제작 → 런칭 → 프로모션 → 수익 다각화 → 관리 → 재투자의 순환구조다. 여기에는 작가와 작품 발굴, PPL(간접광고) 같은 투자 유치, 소재 및 스토리 개발, 프로듀싱, 저작권 관리, 작가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정확히는 콘텐츠 제작까지가 기획자의 역할이지만 최근에는 기획이 작품제작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정에 모두 관여하는 추세다. 또 중소 규모 기획사의 경우 회계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만화기획자의 하루 일과표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유 대표는 “거짓말 조금 보태 아침-점심-저녁-저녁-저녁-아침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잠자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만화가 및 스토리 작가, 투자자 등을 관리하는 것은 기획자의 주요한 업무다. 투유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정기적으로 관련자를 초청해 세미나 등 다양한 자리를 마련한다.

만화기획자도 회사라는 조직 내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시간 스케줄과 함께 호흡하며 돌아가야 한다. 만화기획자가 콘텐츠를 세일즈하고 프로모션하는 대상들이 다른 회사 조직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작가들과의 업무는 대개 늦은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작가들의 생활리듬과 스케줄이 일반인과 다른 탓에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에는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은 점도 한몫 한다.

이처럼 기본 업무와 작가 미팅을 마치고 나면 만화기획자에게 숙명처럼 남아 있는 일들이 또 있다. 새로운 작품들을 검토하고 기획하는 일이다. 유 대표는 “따지자면 굳이 밤늦도록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지만 만화기획자들에게 어찌 보면 생명력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일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젊은 층에게 주목 받고 있는 웹툰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실 만화기획자와 웹툰 기획자는 매체 형태의 변화에 따라 구분된 명칭에 지나지 않는다. 두 가지 모두 근본은 ‘이야기를 컷으로 구성된 그림으로서 전달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다. 매체의 형태 기준으로 보면, 만화기획자는 전통적인 지류 만화, 협소하게 본다면 출판 만화를 기획하는 전문인이고, 웹툰기획자는 웹(온라인)의 카툰(만화), 넓게는 디지털 만화를 기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출판만화 시장이 쇠락하고 디지털 만화 시장이 성장되면서, 웹툰이라는 만화의 한 분야가 아예 만화를 대체하는 단어로까지 성장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만화기획자보다는 웹툰기획자라는 단어가 더 많이 통용되기도 한다. 유 대표는 “이전에는 출판 만화기획자였던 사람들이 웹툰시장이 성장하면서 웹툰기획자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만화기획자와 웹툰기획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만화기획자가 되려면

만화기획자가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 유 대표의 경우도 대학에서는 자동차 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의 전자제어 분야를 더 공부하다가 입문한 3D그래픽에 심취해 학업을 포기하고 만화와 연을 맺었다. 그는 “픽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3D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우연한 기회에 만화기획일을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꼭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이 있으니 10년만 죽도록 일해보자”는 것이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유 대표가 웃음을 보인 이유는 만화기획자가 말 그대로 ‘미래의 유망 직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완전히 정착된 직종도 아니고 현실에서 숱한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는 “만화 밥을 10년 정도 먹고 있는 나조차도 만화기획자라는 단어를 제 입이 아니라 주변에서 들었던 것이 불과 3~4년 전이고, 웹툰기획자라는 단어는 그것보다 더 일천해서 2년도 채 안됐다”며 “다만, 최근 들어 웹툰이 영화, 드라마 등의 원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게 되면서 타 콘텐츠 분야의 관계자분들이 웹툰을 만들어내는 기획사, 기획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듯 하다”고 말했다.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들

현실적인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투자환경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좋은 콘텐츠의 제작에는 무엇보다 자본의 투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만화에는 아직 자본 투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영세하게 작품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만화기획사는 늘 영세하며 그 안에 있는 만화기획자 역시 ‘가난’하다는 게 유 대표의 말이다. 유 대표는 “물론 가난이라는 표현은 극단적이고 상대적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만화라는 콘텐츠 분야가 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본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만화기획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만화를 보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출판만화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웹툰으로의 편중화가 심화되면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만화는 공짜’라는 대중의 인식도 출판만화 시장을 점점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만화기획자와 만화작가들이 전통적인 만화 대신 학습만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법 천자문], [만화로 보는 그리스신화]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학습만화는 전체 출판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만화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만화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학습만화로의 쏠림 현상은 불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만화기획자의 가치는 현재보다 미래에

물론 직업으로서 만화기획자의 가치는 현재보다 미래에 있다. 많은 직업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웹툰이 대중적인 소구를 갖는 영상 분야(영화, 드라마)에 있어서 원작으로서의 가치와 인기가 유지 된다면 그에 따른 기획자도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만화(웹툰)기획자가 미래의 유망직종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

유택근 대표가 행사참석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재 일반 출판사에 소속돼 학습만화를 다루는 기획자와 비정규적으로 일하는 기획자를 빼고 전통적인 만화를 전문으로 기획하는 인력은 국내에 대략 50~60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화만을 담당하는 기획사로는 4~5개의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의 연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될까. 유 대표는 “만화기획자들은 오너인 경우들이 많아서 서로의 연봉은 잘 알지 못하고 또 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좋은 인력이 유입되려면 비전뿐만 아니라 연봉 같은 수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합당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콘텐츠 기획자는 대개가 결국 자신의 조직을 갖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하게 되는 그 순간을 생각하며 일한다. 만화기획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갖고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마지막으로 만화기획자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남겼다.

“만화가 이제는 만화만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문학과 사학, 미학 분야에 대한 공부가 향후 성패를 가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아직은 힘든 길이지만 미래에 대한 꿈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봄직한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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