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4반

2학년 4반 화이팅!-!

  • 선생님 :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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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자

이름 이성현 등록일 19.03.10 조회수 11

상처 입은 옛 것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연금술사

살아있는 것이든 아니든 시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늙거나 퇴색하고 결국 소멸해간다. 이 진리를 거스르고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 놓는 사람들이 있다. 수백 년 이상 시간의 퇴적층 속에 잠들어 있던 유물을 깨워 복원하는 사람, 바로 문화재보존과학자다. 문화재보존가라고도 불리는 이 직업이 없었다면 박물관에서 형태를 오롯이 갖춘 유물을 감상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화재보존과학자가 그림을 보수하기 위해 훼손된 배접지(그림에 덧댄 종이)를 제거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상처 입은 옛 것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연금술사

문화재보존과학자는 유물이 창작되고 전수된 역사를 역추적해 원형을 복원하고, 복원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존 처리하는 일을 한다. 파손되거나 찢긴 유물을 수리해 새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문화재를 치료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유물 종류에 따라 서화(벽화 포함), 토기·자기, 금속, 직물, 목재, 목칠기 등으로 분야가 나뉜다. 문화재보존의 최전선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하는 10여 명을 포함해 20여 명의 전문가가 국립박물관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이밖에 민·관 문화재연구소와 기타 박물관에도 유물 보존처리 작업을 하는 전문가가 1~2명씩 있다. 아직은 종사자가 많지 않은 직종이다.

문화재보존과학자의 하루는 박물관에 새로 들어온 유물의 복원 계획을 세우거나 기존 복원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채워진다. 박물관이 유물을 새로 구입하면 보존과학자들은 우선 엑스레이나 적외선 촬영, 현미경 검사 등을 통해 작품의 원 재료와 제작 방식은 어떤 것인지, 과거 누군가가 수리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과 제작 연대 등이 파악되면 회의를 거쳐 복원 방법을 논의, 결정한다. 이 과정에 1~2주가 소요된다.

유물은 복원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에서 서화 보존을 담당하는 천주현 학예사는 “그림의 경우 기온과 습도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리한 부분이 뒤틀어지거나 들뜨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작업을 완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훼손된 부분이 많을 때는 그림 하나 복원하는 데 2~3년도 걸린다.

문화재보존과학자가 훼손된 그림을 보수한 뒤 종이를 덧대는 배접 작업을 하고 있다. 배접은 장황(족자, 표구 등으로 작품을 꾸미는 일) 작업의 첫 단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것도 보존과학자의 일이다. 유물에 보존처리를 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또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박물관이 유물을 구입할 때 감정 평가 과정에 보존과학자를 참여시키기도 한다. 보존과학자들은 일반인들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래의 훼손 가능성이나 과거 수리 이력 등을 콕 집어내 박물관 측에 조언하고 있다. 보존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미술사가들만 감정 평가에 참여했고, 감정 기준도 도상이나 형태 등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었다.

매일 유물 수리에 매달리다 보니 생기는 ‘직업병’도 있다. 가족·친구들과 박물관이나 고궁, 지방의 고택 등으로 나들이를 가도 작품이나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수리한 흔적이 있는지를 유심히 보게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서화의 화려한 채색에 반하고 도자기의 곡선미에 감탄할 때 보존과학자는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느 부분을 손봤나’를 탐정처럼 찾아내는 것이다.

더하지도 빼지도 말라

문화재보존과학자가 원 그림과 새로 보수한 부분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색 작업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문화재보존과학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유물은 박물관에 전시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 직업에 굉장한 매력을 부여한다. 직접 복원한 작품이 전시장 조명 아래 내걸려 수많은 관람객들의 찬탄을 받을 때 보존과학자는 그간의 수고를 잊게 되고 형용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그 작품 때문에 익명의 대중에게 인정받고 명예를 얻는 일은 보존과학자의 몫이 아니다. 복원은 창작이 아니다. 보존과학자는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고 그 작업방식을 재현해 작품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되살려야 한다. 보존과학자의 윤리규범 중 하나가 ‘더하지도 빼지도 말라’는 것이다.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유물에 살을 덧붙이는 것은 금기다.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버리고 작업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보존과학자가 되기 위해 미술을 전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공부한 사람은 각자 나름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남의 작품을 보수해야 하는 복원 작업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보존과학자가 염두에 둬야 할 또 다른 윤리규범은 복원의 가역성이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방법으로 작품을 복원했으나 그 방법이 맞지 않아 미래의 어느 날 유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 때 미래의 또 다른 보존과학자가 안정적이면서도 손쉽게 유물을 재처리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이 좋은 보존과학자다.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

문화재보존과학자가 되려면 미술 공부보다는 오히려 역사를 잘 아는 것이 좋다. 유물이 제작된 시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화학약품과 금속·토기·종이 등 각종 재료를 다루는 일이므로 화학과 재료학 공부도 필수다.

1998년부터 대학에 문화재보존학과 등 관련 학과가 생겼다. 대학 학부에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다면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채용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문화재청 등에서 해마다 5~10명씩 선발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큰 국립 박물관에 입사하려면 석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현장 실무경력도 6년 이상 있어야 한다. 실무경력은 각종 박물관 연구소나 민간 문화재보존회사 등에서 쌓을 수 있다.

학예사 자격증이나 문화재 수리 관련 자격증이 있을 경우 박물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학예사 자격증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수리기술자·기능자 자격증은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수·수리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라 반드시 취득할 필요는 없다.

문화재보존과학자가 전통적인 한국식 장황으로 그림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회화류는 족자, 병풍, 두루마리 등 다양한 형태의 장황으로 복원을 완성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환상만으로 도전하는 것은 금물

문화재보존과학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이 직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술을 전공하다가 ‘작가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문화재 복원 전문가가 되는 게 낫겠다’ 싶어 진로를 바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화재보존과학자는 열정과 환상만으로 무작정 덤비기에는 험난한 직종이다. 30대 초반이 되어도 박물관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현장에서 실무 훈련을 5~6년 쌓다 보면 30대 초반이 금세 지나간다. 남성의 경우 군복무 기간까지 포함하면 박물관 일자리를 얻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심정으로 끈기있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중도에 탈락하기 십상이다.

천주현 학예사는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고 막연히 ‘재미있어 보인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10명이 같이 출발하면 6~7명은 포기한다”며 “보존과학자가 되기까지 꾸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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