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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악어, 치오
작성자 이태윤 등록일 21.01.01 조회수 66
?                          검은 악어, 치오
  캄캄한 밤이야.
  저건 뭐지?
  모래 밑에서 무엇인가 꿈틀대고 있잖아.
  아, 놀이터에 사는 검은 악어 치오로구나.
  "꼬마 녀석들! 잊지 못할 무서운 꿈을 만들어 주마."
  치오는 까무룩 잠든 아이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러고는 자신의 무시무시한 이빨을 보여 주지.
  그러면 겁에 질린 아이들은 이불 위에 오줌을 싸거나
잠에서 깨어 으앙 하며 운단다.
  "오늘은 201호 꼬마를 골려 줄까?"
  치오는 꼬마의 꿈으로 미끄덩거리며 들어갔어.
  마침 꼬마는 낭떠러지에 핀 꽃을 꺾는 꿈을 꾸고 있었지.
  치오는 살금살금 다가가 꼬마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어.
  꼬마가 휙 고개를 돌릴 때를 기다려
입을 쩍 벌리며 크게 소리 질렀지.
  "크와아아아앙!"
  어, 그런데 참 이상해!
  치오는 분병 평소처럼 목청껏 고함치는데
끼이이잉 하며 귀여운 강아지 소리가 났어.
  "와하하, 이빨 빠진 악어다!"
  치오를 본 꼬마는 무서워하기는커녕 큰 소리로 웃어 댔어.
  "새까만 악어야, 나랑 놀자!"
  꼬마는 치오에게 올라타 미끄럼을 타는 거야.
  또 치오의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즐거워했어.
  놀란 치오는 부리나케 도망쳤지.
  치오는 씩씩거렸어.
  "어, 내 이빨이 하나빢에 없잖아! 어디서 잃어버렸지?
  이빨이 없어 목소리도 줄어들었나?"
  치오는 이빨을 어젯밤 들어갔던 꿈에 두고 왔는지
놀이터에 흘렸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어.
  그때 푸드덕푸드덕 까치 떼가 날아올랐지.
  "어? 까치들이 부리에 이빨 같은 걸 물고 있어!"
  치오는 까치를 따라가 보기로 했어.
  정신없이 까치들을 쫓아 도착한 곳은 사탕 나무 숲이었어.
  그곳은 황금빛 캐러멜 호수가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지.
  벌러덩! 치오가 미끄러져 캐러멜 호수에 빠지고 말았어.
  치오는 캐러멜 호수가 끈적거려 헤엄을 칠 수 없었어.
  허우적거리던 치오는 꼬리를 치켜들고
주변 사탕 나무에 감아 겨우 빠져나왔지.
  "휴우, 살았다. 그런데 배가 고프네."
  그때 가장 큰 사탕 나무가 치오의 눈에 들어왔어.
  치오는 탐스러운 사탕을 하나 툭 땄어.
  "누나 감히 내 잠을 방해하는 거야!"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벼락처럼 울려 퍼졌어.
  치오가 숲의 주인 잠꾸러기 마녀를 건드린 거야.
  "겁도 없이 날 깨운 게 네 녀석이냐?
  나를 깨운 벌로 하나 남은 이빨까지 몽땅 가져가 주마!"
  "싫어! 그것만은 안돼!"
  하지만 마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치오의 마지막 이빨을 뽑았어.
  그러고는 나무 꼭대기를 맴돌던 까치에게 던졌지.
  "맹랑한 악어가 다신 찾지 못하게 초콜릿 시럽 늪에 던져 버려라!"
  그러자 까치가 치오의 마지막 이빨을 물고 날아갔어
  "까치야, 거기 서!"
  치오는 큰 소리로 까치를 불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시커먼 악어도 꼬마들처럼 귀찮게 구는 건 똑같군.
  까치들이 꼬마들과 동물들의 이빨은 다 훔치면
  시끄러운 소리도, 귀찮은 일도 사라지겠지.
  그때까지만 기다리자."
  마녀는 툴툴거리며 말했어.
  마녀가 이빨을 훔치면서 목소리까지
훔쳤다는 사실에 치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빨리 초콜릿 시럽 늪을 찾아야 해.'
  치오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 벌름거리며 초콜릿 냄새를 따라갔어.
  드디어 초콜릿 시럽 늪이 나왔어.
  모래 밑에 사는 치오는 능숙하게 늪을 휘저었어.
  '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때 치오를 방해하려고 까치 떼가 몰려왔어!
  치오는 까치 떼를 피해 사탕 나무에 올라갔어.
  까치들이 치오를 쫓으며 몸을 콕콕 쪼아 댔지.
  치오가 어렵사리 나무 꼭대기에 올랐는데
까치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사탕 나무를 흔들기 시작했어.
  그러자 사탕 나무에서 사탕과 까치집이 우수수 떨어졌어.
  까치집 안에 가득했던 아이들의 이도 함께 비처럼 쏟아졌지.
  '저기 있다! 내 멋진 송곳니!'
  치오가 자신의 날카롭고 누런 이빨들을 찾아냈어.
  그러고는 얼른 입 속에 우물우물 끼워 넣었지.
  "크와아아아앙!"
  치오는 입을 쩍 벌려 고함을 질렀어.
  번쩍이는 이빨과 번개 같은 소리에 까치들이 놀라 모두들 달아났어.
  치오는 바닥에 흩어진 아이들의 이를 바라보았어.
  "참, 아이들도 나처럼 목소리를 잃어 가고 있을 텐데
  이걸 다 어떻게 하지?"
  오늘도 치오는 아이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크와아아아앙!"
  "으아아앙!"
  치오의 소리에 놀란 아이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지.
  끄때 치오는 무언가 아이 주변에 몰래 놓았어.
  그러고는 싱글벙글거리며 꿈속에서 나왔어.
  엉엉 울며 잡에서 깬 아이는 엄마를 찾았어.
  "엄마, 무서운 꿈을 꿨어요."
  "괜찮아, 괜찮아. 우리 왕자님!
  어, 그런데 이가 빠진 곳에 새 이가 났네?"
  이건 바로 치오가 주고 간 새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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